“외교를 거래로 보는 트럼프… 한국의 기여도 부각시켜야” [2025 신년특집 - 닻 오르는 트럼프 2기]

2024-12-31

스탠가론 윌슨센터 한국역사·정책 국장

무역적자 줄이기에 사활 건 2기 행정부

FTA 재협상 등 창의적 해결 발휘 기회

‘협상의 관점’ 취해 상호 이익 집중 필요

車부품 등 현지 대량 생산 제품들 강조

방산국가 韓 ‘인태안보 역할’ 어필 중요

방위비 인상엔 ‘對한국 안보 노력’ 확인

“현재 서울에는 진정한 리더십이 없습니다. 기업인들이 직접 미국 정부의 담당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 국장 겸 인도태평양프로그램 부소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윌슨센터에서 한국의 트럼프 2기 대처를 주제로 진행하고 한국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이메일로 보충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정국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맺는 일이 한국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현재 한국에 진정한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대화를 꺼릴 것이고, 미 행정부 전환기에 기민하게 한국 정부가 움직여야 하는 시간들을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움직이지 못하는 시기에 기업인이 직접 뛸 수밖에 없고, 미국에 큰 투자를 하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이사 겸 연구원,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북한경제포럼 운영위원회 위원 등으로 한반도 관련 전문성을 쌓았다. 로버트 토리첼리 전 뉴저지 연방 상원의원(민주) 등의 보좌관으로 연방의회에서 아시아 국가 관련 외교·통상 이슈를 경험하기도 한 그는 한·미·일 협력의 연속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탄핵 정국이 정리된 뒤 차기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거래적 외교’(tansactional diplomacy)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가 거래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한국과 트럼프의 상호이익에 집중하는 ‘협상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한국의 경제적 난제에 대해선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에 집중해 창의성을 발휘하고, 방위비 협상 등 안보 의제도 한국이 무엇을 제공하고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 협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은 스탠가론 국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한·미 관계에 영향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맺는 일이 한국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현재 서울에는 진정한 리더십이 없으며, 이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나 1월20일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왔을 때 진정으로 대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조기에 정상회담을 하려 했던 것이 분명하지만, 시기적으로 한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에 접근할 충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를 닦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 정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트럼프 측에서 대화를 꺼릴 것이다. 다만 기업인들이 지금 나설 때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자가 미국 정부의 담당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방위비 분담 인상 요구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중 한국이 연간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정확하게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분담이 공정하다고 느끼는지 여부로 귀결된다. 한국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허심탄회한 내부 논의를 한 다음 ‘트럼프의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신이 우리의 더 큰 기여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 한국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 있지만, 미국도 한국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 단순히 한국에 (주한미군 병력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정도 있어야 하고, 선을 정해 놓고 한국이 이것만 지불할 것이라고 하는 것보다 ‘협상의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에겐 훨씬 더 생산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어떤 기여를 언급할 수 있을까.

“한국이 어떤 미국 동맹국보다도 자국의 국방을 위해서 예산 측면에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은 주요 방산국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방위 산업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윤 대통령에게 언급한) 조선업에서의 기여도 중요하지만, 결국 포 생산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안보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한다는 점도 언급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시작할까.

“바로는 아닐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특히 어떻게 끝나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 사이 어떤 형태의 분리가 없다면 본질적으로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더 매력적인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북·러의 밀착으로) 트럼프 1기와 비교했을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북·러 관계가 (전쟁 후에도) 견고하게 유지된다면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만난다 해도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을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이 끝나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러시아 동료들은 냉전 종식 후 러시아가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너무 일찍 포기했다는 점을 푸틴이 배웠을 것이라 말한다.”

―한·미·일 3국 협력은 계속될까.

“한국의 후임자가 누굴지에 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3국 협력에 대해 ‘외교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the greatest diplomatic embarrassment in history)으로 묘사했다. 그가 3국 협력을 더 어렵게 만드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트럼프의 경우 중국을 고려해 적어도 3국 협력의 경제적 측면을 유지하는 실용적 접근을 취할 수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대중 강경파이며 그들은 대중국 정책의 일부로 3국 협력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가 있을까.

“트럼프 1기에서 트럼프 팀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변화를 이뤘다. 이후로도 미국의 무역 적자가 훨씬 더 커졌지만, FTA 재협상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협력해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 본다.”

―어떤 요구가 있을까.

“미국산 천연가스(LNG)와 석유를 더 많이 구매하기를 원할 것 같다. 또 미국 내 더 많은 투자를 원할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에) 수입된 현대기아차보다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이 더 많다. 한국이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특정 자동차 부품이 있다면 한국이 FTA를 재협상하거나 더 많은 품목을 수입하지 않고도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될 것이다.”

―IRA는 폐기될까.

“분명히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IRA로 지역구에 투자 효과를 본 공화당 의원 중 상당수는 지난 8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변화는 있더라도) 투자가 훼손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서한을 보낸 바 있다. IRA 혜택 중 규제 측면에서 한국 등이 (중국산 사용을 배제하는) 광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예외는 사라질 것이다. 다만 입법 측면에서 세액 공제는 줄어들겠지만 공화당이 전기차 세액 공제가 완전히 폐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과학법은.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모두가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도체과학법은 초당적으로 통과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견제 수위는.

“지켜봐야 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에 가까운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강경파인 (외교라인의) 루비오와 왈츠는 이를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관세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재설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며 이들은 나바로 등과 결이 다르다. 트럼프 팀은 하나가 아니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이 결정할 것이다.”

―트럼프의 ‘거래적 외교’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 취해야 할 방향을 전체적으로 조언하면.

“그가 거래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가 제기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한국의 이익이 무엇인지, 그 대가로 트럼프는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가 협상의 목표가 있다면 한국도 협상의 목표를 가져야 한다.”

트로이 스탠가론은…

●로버트 토리첼리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 ●제임스 맥그리비 뉴저지 주지사 보좌관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 국장 ●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 국장 및 인도태평양프로그램 부소장

워싱턴=글·사진 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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