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문닫으면 사라지는 '소장권'이라니…

2025-03-18

[비즈한국] “소장본이 공중분해됐다.” 지난달 말 중소 웹툰 플랫폼 피너툰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었다. 사업 종료 소식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데다 회사가 유료 소장작에 대해 보유도 환불도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놓자 무책임한 조치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소장권은 일찍이 업계에 정착한 유료 구매 방식이다. 열람 제한이 있는 단기 대여권과 구분된다. 다만 이름처럼 영구적으로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플랫폼을 제외하면 약관과 서비스 정책 등에 소장본 보상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곳은 드물다. 이 때문에 콘텐츠 이용권의 성격을 정확히 고지하는 등 이용자 권리 보호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종료 일방 통보, ‘얼마 썼든’ 보상 0원

피너툰은 지난달 28일 문을 닫았다.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업 종료 공지를 낸 지 약 6주 만이다. 플랫폼 내 재화(땅콩) 충전과 사용, 작품 연재 및 소장 작품 열람도 이날 자정을 기해 함께 종료됐다. 충전 후 미사용한 잔여 재화는 3월 15일까지 별도로 환불 신청을 했다면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장 구매에는 보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피너툰은 “소장 작품의 별도 저장 및 다운로드는 불가하다”고 명확히 밝혔다.

웹툰·웹소설, 전자책(e북) 등을 소장 구매하는 것을 두고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기존 인식과 달리 ​소장본도 ​서비스 운영 기간만 장기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장본을 얼마나 구매했든지 간에 플랫폼이 문을 닫으면 작품 소장본은 물론 어떠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피너툰은 사업 종료 직전인 지난해 말까지도 할인 이벤트 등을 벌이며 유료 이용자 확보에 적극 나섰다. 피너툰 사태는 점유율 하위권 플랫폼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파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장권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자출판물은 민법상 소유권 개념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유사한 상황에서 유관회사나 다른 업체로 이관해 혜택을 계속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례는 특수한 경우로 보인다”고 짚었다.

#비싼 소장권, 운영 정책상 보장 ‘미흡’

다른 플랫폼들은 어떨까. 일부 플랫폼이 이용약관과 서비스 정책, 고객센터 안내 등을 통해 대여권과 소장권의 개념, 서비스 중단 시 유료서비스에 대한 조치 등을 밝혔지만 소장권 보상, 서비스 종료 시 이용자의 권한 고지 등에는 미흡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리디 등 주요 플랫폼들은 이용약관에서 회사의 분할, 합병, 영업양도 및 폐지, 수익 악화 등 경영상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고 이 경우 유료 이용자에게 회사 정책에 따라 보상한다고 규정한다. 사용하지 않은 전용 재화나 이용권에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전액 환불 조치를 약속했다. 다만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채널에서 이미 구매 완료한 소장본에 대한 보상 방식을 안내한 건 네이버웹툰이 유일하다.

네이버웹툰은 고객센터의 ‘서비스 종료 시 소장 콘텐츠 환급(보상) 기준’에 회사 측 사유로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해당 콘텐츠 이용기간을 구매 시점으로부터 365일로 보아, 서비스 중단 또는 종료시점을 기준으로 잔여기간 비율에 따라 보상한다”고 밝혔다. 2024년 4월 1일 2만 원가량의 콘텐츠를 소장 구매한 뒤 올해 3월 31일 서비스가 종료됐다면 약 164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서비스 종료일 기준 구매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나면 보상이 안 된다.

업계는 사업 종료라는 가정적인 상황을 두고 명문화하기가 난처하다고 말한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약관 11조에 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정한 바에 따라 피해를 배상한다고 기재했다. 리디는 서비스 중단에 따른 환불 조치를 안내하면서 사용하지 않은 잔여 캐시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탑툰 역시 서비스 종료 관련 소장권 보상 방안은 별도로 고지하지 않고 “다운로드 혹은 스트리밍 가능한 콘텐츠는 이용 시 재화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되기 때문에 환불되지 않는다”고만 명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상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까지는 밝히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피너툰은 굉장히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선을 그으며 “대다수 플랫폼은 정부 지침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플랫폼 간 차이는 있지만, 1년을 기간으로 하는 보상 범위 제한이나 소장권의 성격이 제대로 안내되지 못하는 상황은 한계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인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에 따르면 계약기간이 정해지지 않거나 무기한인 경우 이용일수가 1년이 지나면 사실상 환급을 받을 수 없다. 이마저도 권고사항에 불과해 의무는 부여되지 않는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웹툰 산업 성장 속에서 이용자 권리 보호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두 차례 성명을 내고 이용자 권리와 작가 연재권 등에 대해 협회 차원의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만협 내 작가대책위원회가 피너툰 및 피해 작가와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법인도 비영구적이기에 완전 영구적인 소장권은 존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장권이 아니라면 단기 대여와 장기 대여 등의 개념으로 세분화해 권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 개념과 명칭에 대한 합의, 결제 시점에서 상품의 성격을 재고지하는 팝업창 등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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