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둘이 먼저 집으로” 오둥이 가족의 반가운 근황

2025-01-03

"드디어 오늘 둘이 처음 만나네요."

'오둥이' 아빠 김준영(32) 씨는 3일 둘째 새찬이, 셋째 새강이가 이른둥이 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하게 된 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동두천 지역 고등학교 교사인 김씨와 경기 양주의 한 학교에서 교육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사공혜란(30) 씨 사이에서는 작년 9월 20일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이 순서대로 태어났다. 다섯쌍둥이 탄생 자체도 드물지만 자연임신으로 생긴 국내 첫 사례라 김씨 부부의 경사에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됐었다.

오둥이가 태어난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아들인 첫째 새힘이, 둘째 새찬이, 셋째 새강이는 출생 당시 몸무게가 800~900g 남짓에 불과했다. 딸인 넷째 새별이, 다섯째 새봄이는 그보다 적은 700g대로 일반적인 신생아 몸무게 기준(3㎏ 내외)에 훨씬 못 미쳤다. 한 날 동시에 태어나고도 신속한 의료 처치를 위해 신생아중환자실 A, B 유닛에 한 명씩 번갈아 입원하느라 3개월 여간 떨어져 있던 아들 둘이 마침내 함께 집에 가게 된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과 엄마, 아빠의 정성어린 돌봄 속에 둘째 새찬이는 3.394kg, 셋째 새강이는 3.077kg 몸무게가 되어 이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새힘이, 새별이, 새봄이도 빠른 시일 내 퇴원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김씨 부부는 출산 전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을 때만 해도 쌍둥이인 줄 알았다고 한다. 검사를 진행하면서 수정란을 싸고 있는 조직인 아기집이 계속 보였고, 총 다섯 개의 아기집이 보였다는 결과를 받은 부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쌍둥이를 원해 임신한 배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던 아빠조차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체구가 작은 엄마는 임신 20주에 들어서자 힘이 들어 매일 울었다고 한다. 다섯 아기를 품고 있어 눕기도 앉아있기도 어려웠다. 임신과 관련돼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임신중독증)으로 진단돼 출산을 더 미룰 수 없게 되면서 임신 27주 때 제왕절개 수술을 강행한 것이다. 엄마는 출산 후 몸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일찍 세상 밖에 나와 병원에서 치료 중인 오둥이 면회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매일 면회를 갈 때마다 모유를 얼려 전달하곤 했다. 이에 부응하듯 첫째 새힘이가 젖병으로 직접 먹기 시작했고 남자 형제 둘도 형을 따라 젖병수유 연습을 시작했다.

김씨 부부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오둥이 면회를 가기 위해 집에서 막 출발했을 때쯤 막내에게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전화가 걸려왔을 때다. 장에 천공(구멍)이 생겼는데, 정확한 위치나 크기를 확인하려면 수술이 필요했다. 신생아 괴사성 장염이나 태변성 장폐색으로 천공이 다발성으로 발생하면 정상의 장보다 매우 짧은 단장증이 생기거나, 일시적으로 장루(인공항문)를 달 수도 있다는 말에 오둥이 엄마, 아빠는 병원으로 가는 길 내내 울었다고 한다. 다행히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의 주도 하에 천공이 한 곳에만 작게 생긴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그 부위만 꿰매고 한 고비를 넘겼다.

사공씨는 “출산을 위해 병실에 누워 있었을 때, 병실 밖이 소란스러워 보니 오둥이 분만을 준비하는 의료진들이었다”며 “아기가 한 명씩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마다 통증으로 비명이 나왔는데, 교수님이 출산 과정 내내 '할 수 있다'며 손을 꼭 잡아주어 버틸 수 있었다”고 분만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오늘 아기들을 집에 데려갈 생각에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입원한 아기들 면회를 갈 때마다 건강 상태를 상세히 설명해 주시고, 수술이 있어 심적으로 힘들 때면 교수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꼭 안아 주며 용기를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임신 37주가 되기 전 태어난 아기는 미숙아 또는 이른둥이라고 부른다. 이른둥이는 '세상에 호기심이 많아 일찍 태어난 아이'란 뜻이 담긴 순 한글 이름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출생 당시 몸무게가 2.5Kg 미만인 저출생 체중아, 1kg 미만인 초극소 미숙아도 늘어나고 있다. 이른둥이들은 만삭까지 엄마 뱃속에서 크지 못해 주요 장기가 발달하지 않거나 면역체계가 약해 감염에 취약하다. 선천성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서울성모병원은 고위험 산모가 산부인과 진료와 함께 산부인과와 선천성질환센터의 협진으로 이른둥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보호자와 치료 계획을 사전에 상의하고 준비하고 있다.

오둥이의 주치의인 신정민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은 아기를 최대한 집중 관찰하면서 만지는 횟수를 최소화하는 미니멀 케어로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세심하게 치료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 해주신 의료진분들과 긴 병원치료 시간동안 아기를 위해 함께 인내하고 믿어 주신 오둥이 부모님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주치의이자 신생아중환자실장인 윤영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숙아들을 치료 할 때 마다 내 아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새찬이와 새강이가 건강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고, 앞으로도 세상에서 더 많이 사랑받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신생아 집중 치료는 오케스트라와 같아 의사, 간호사, 타 과의 협진 등 팀워크를 잘 이뤄 좋은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미숙아들이 건강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밤낮없이 애써주신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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