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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가뭇없이 스러지는 전쟁 속에서 사랑이 피어나고 생명이 태어난다.
베트남 작가 스엉응웻밍(Sương Nguyệt Minh)의 단편소설집 ‘랑하의 밤’(도서출판 b)이 한국 최초 베트남 유학생이자 1호 박사인 전 부산외대 베트어과 배양수 교수에 의해 번역 출판했다.
군 대령 출신 작가인 스엉응웻밍의 13편의 단편 모음인 이 작품집에는 전쟁터로 떠난 군인, 집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 그리고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랑하의 밤’에서는 전쟁에서 돌아온 한 남자가 고향에서 마주하는 사랑과 상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녀의 강’에서는 아버지를 찾아 떠난 딸의 여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의 삶, 사랑, 고통, 그리고 희망을 그려냈다. 각 단편은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서로 다른 시선에서 전쟁과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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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이 끝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한국 독자는 베트남인의 시각으로 베트남전을 볼 기회가 없다. 이 책은 그런 부족함을 채워주고 있다.
스엉응웻밍은 작가의 말에서 “전쟁은 끔찍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지만, 사랑은 놀라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폭탄이 터지고 불길이 타오르는 곳에서 인간의 생명뿐만이 아니라 인간성조차 파괴되는 것처럼 보이는 곳, 무력함과 절망이 가득한 곳에서조차 사랑은 싹트고 자라난다”고 썼다.
‘랑하의 밤’은 역설적으로 단순히 전쟁의 잔혹함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인간성을 이야기다. 황폐한 전쟁터와 고향의 따뜻한 풍경이 교차한다. 독자는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는 인간의 강인함과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배양수 교수는 “스엉응웻밍을 2004년 1월 4일 오후 하노이 장보 호수 근처 레이크사이드 호텔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당시 현역 군인 작가로 중령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20년 인연이 되었는데 지난해 자신의 작품을 파일로 보내왔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이 단편 소설집은 전쟁의 상처와 그 후유증을 정교하게 묘사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했다. 한국전쟁의 상처와 그 후유증을 떠올리며 공감했다”고 말했다.
배양수 교수는 1995년 3월부터 30년간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에서 재직하고 2025년 2월 정년퇴직했다. 이 번역출판은 퇴직을 기념하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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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엉응웻밍은?
스엉응웻밍은 1958년 9월 15일생이다. 본명은 응웬응옥썬이다. 닝빙성이 고향이며, 군 출신 작가다. 1992년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대령으로 예편했다. 6권의 단편집을 집필했고, 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단편소설 ‘열세 번째 나루’는 2003~2004년 문예지 단편 문학상을 받았다. 전쟁의 고통, 전후, 여성의 지위를 다뤘다. 2014년에 발표한 캄보디아 전쟁과 관련된 황무지(Miền hoang)라는 장편소설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현재 하노이에 살고 있다.
여성 감독 당타이후옌 이 소설을 각색한 비디오 영화 ‘열세 개의 두부’로 6개의 황금 연꽃상을 수상했다. ‘쩌우강 나루터 사람’은 베트남 고등학교 10학년 국어 교과사에 실렸고, 연극으로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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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수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를 졸업하고, 하노이사범대학교 어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트남 문학작품인 『끼에우전』과 한국의 『춘향전』을 비교한 석사학위논문은 베트남 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노이사범대학교 어문 학과에서 100번째로 박사학위를 받은 자본주의권 출신의 외국인이라는 이례적인 기록도 가지고 있다.
1995년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 』, 『중고등학교 베트남어 교과서』, 등의 저서와 『시인 강을 건너다』, 『하얀 아오자이』,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 『정부음곡』, 『춘향전』 등의 번역서가 있다.
2024년 12월 24일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30주년 기념식 및 정년퇴임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