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 인공지능(AI) 분야 투자에도 나선다.
정부는 27일 경기도 성남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산업 지원 정책과 업계 자율 구조조정 등을 논의하는 산경장이 열린 것은 2022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앞으로는 반도체뿐 아니라 석유화학·자동차·배터리 등 영향이 예상되는 산업의 대응 전략을 다룰 전망이다.
우선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용인·평택에 조성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 지중화(地中化) 사업 비용에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이 들어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수도권 전력수요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0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송전선로의 지중화 비용 1조80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장비 투자에 대해서도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적용을 추진한다. 현재는 반도체 사업화 시설 외에 장비 등 R&D 시설에 대해 공제율이 낮은 일반 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 등 분야에 대해 내년 총 14조원 이상의 정책대출·펀드를 집행한다. 산업은행을 통해 시중 최저 수준의 저리 대출을 내년 4조2500억원 공급하고,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총 42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주요 경쟁국은 자국의 반도체 육성에 집중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미국에선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이 예상되고,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 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반도체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반도체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 칼라 이그젬션)를 두고 여야가 부딪히고 있다.
이날 정부는 2030년까지 4조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AI 혁신 생태계 조기 구축 방안도 발표했다. 국가 AI컴퓨팅 센터는 AI 반도체 기업이 생산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AI 서비스 기업·대학·연구소 등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