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그 어느때보다 늘어났지만, 지혜롭지 못하고 자비롭지 못한 세상이다. 무자비한 일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자경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
“인공지능을 통해 ‘지식’이 지배하는 시대에 과연 ‘지혜’가 필요한가?”(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명예교수)
지식이 많다고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정보와 지식의 양이 지혜를 결정한다면 챗GPT는 인간보다 지혜로울 것이나 우리는 인공지능을 ‘현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밝은사람들연구소가 오는 16일 ‘지혜, 타고나는가 배워지는가’를 주제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학술연찬회를 연다. 한 교수를 좌장으로 이필원 동국대 WISE캠퍼스 교수, 장진영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장, 김호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교수, 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이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한 교수는 지혜를 이루는 두 축을 지식의 양과 마음의 크기로 봤다. 지식의 양이 풍부해야 지혜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지혜는 배워서 얻는 측면이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한 사심을 넘어 공심(共心, 公心)으로 지식을 활용할 때 비로소 지식은 지혜가 된다고 봤다.
서양철학 전문가인 이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의 지혜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이 교수는 “‘데이터’에서 ‘정보’와 ‘지식’을 거쳐 ‘지혜’로 진행하는 지식 계층 구조에서 지혜는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구성하는 데이터와 정보가 강조될수록 지식은 절대화되고 지혜는 점점 더 사라진다”며 “많이 안다고 반드시 지혜로운 것은 아니라는 ‘지혜의 격차’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요청되는 것은 ‘좋은 삶’에 대한 포괄적 지식”이라며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서양 고대 철학자들을 통해 지혜의 의미를 논한다. “정보와 지식을 활용해 왜, 어떻게 좋은 삶을 살아나갈 것인가를 숙고하는 것이 지혜”라고 말한다.
권 교수는 ‘지혜의 심리학’에서 “지혜는 나이와 정비례하지 않고 행복도와 일치하는 것도 아니지만, 인지발달·정서발달과 긴밀히 연관되고 도덕성·종교성 발달과 유관하다”고 밝혔다.
불교와 사회의 상생적 발전을 위해 2006년 발족한 밝은사람들연구소는 종교와 학문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해마다 한두 차례 학술연찬회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욕망, 마음, 행복, 죽음, 괴로움, 깨달음, 분노 등을 주제로 다뤄왔으며 주제발표 논문은 단행본으로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