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 기술 발판…국내 첫 무인용접 센서 개발" [스케일업 리포트]

2025-09-10

수년째 이어진 조선업계의 골칫거리는 용접공 부족 현상이다. 선박 발주는 나날이 증가하는데 정작 공정에 투입될 용접공 수가 턱없이 모자라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하반기 조선업계 구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장 인력 수요가 컸던 직종은 용접공이 포함된 금속재료 정비직으로 나타났다. 다른 직종처럼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용접 분야엔 통하지 않는다. 용접공의 정교한 손기술이 생산품의 품질을 가르는 데다 안전사고 위험이 큰 작업이라 관리자와 작업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숙련 용접공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난제에 해결책을 낸 곳은 2019년 설립된 스타트업 제이엘티(JLT)다. 제이엘티는 용접 로봇에 장착하는 비전 센서를 개발해 올해 시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제이엘티가 만드는 비전 센서는 용접 로봇이 작업을 마친 후 스스로 품질을 점검해 보완 조치까지 끝낼 수 있는 ‘원스톱 용접 소프트웨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무인화 용접 센서 개발이다.

국내 최초 용접 무인화 센서 개발 도전장… 올해 출시 목표

정현우 제이엘티 대표는 10일 인천 연수구 제이엘티 본사에서 서울경제 신문과 만나 “지금도 용접 작업을 단순히 반복하는 로봇은 있지만 제이엘티는 용접 지능화 단계를 넘어 무인화 단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말처럼 제이엘티가 만드는 센서는 용접 공정 전 과정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로봇의 두뇌에 해당한다. 특히 제이엘티의 센서가 기존 용접 로봇 소프트웨어와 다른 점은 스스로 작업물의 결함을 파악하고 후속 공정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존 용접 로봇의 경우 로봇의 작업물을 사람이 하나하나 점검한 뒤 결함을 보완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제이엘티 센서는 마무리 수리까지 자동화하는 차별점을 갖췄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 중 이런 용접 무인화 센서를 출시한 곳은 없다.

제이엘티의 용접 센서는 현재 기술실증(PoC)을 앞두고 있다. 국내 대기업 2곳과 3개월 가량의 기술 실증 협업이 예정돼 있다. 정 대표는 이번 실증을 통해 사람이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 위험을 줄이면서도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그는 “중형 화물선 건조에는 보통 2년간 200억 원의 용접 인건비가 투입된다”며 “제이엘티의 센서를 단 용접 로봇을 투입하면 생산 단가를 40% 이상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내 최초 용접 무인화 센서를 개발한다는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경쟁 시장을 국내로 한정짓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용접 작업을 위한 센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캐나다의 서보로봇과 독일의 스캔소닉”이라며 “제이엘티는 이에 버금가는 수준의 정밀 제어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 대표는 미국 정부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마스가 프로젝트 참여 발판이 마련되자 제이엘티도 덩달아 바빠졌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미국 사업에 동참하면서 제이엘티도 미국 시장에 용접 센서를 선보일 기회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팩토리 개발자에서 창업가로 변신… 대기업 사업도 속속 따내

제이엘티가 처음부터 용접에 매달린 것은 아니다. 제이엘티의 첫 사업 모델은 공장 자동화 솔루션이다. 기업이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설을 설치하면 이 설비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현재 제이엘티의 주된 사업 영역이다. 공장 자동화 솔루션은 정 대표가 제이엘티 창업 전부터 연구하던 분야다. 15년 넘게 개발자로 일하던 정 대표는 2018년 마지막 직장인 LG전자를 퇴사한 후 이듬해 제이엘티를 설립했다. 창업의 길을 택한 이유를 묻자 정 대표는 “개발자로 일하는 동안에 ‘산업은 발전했는데 왜 여전히 많은 공정이 비효율적으로 인력에 의존할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조업 자체를 혁신할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직접 회사를 차렸다”고 덧붙였다.

제이엘티 법인이 설립된 2019년은 국내 제조업계에서 스마트팩토리 도입 열풍이 불던 때다. 정 대표는 여러 기업에서 스마트팩토리 관련 기술을 개발했던 노하우를 토대로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생 기업이지만 회사의 자동화 솔루션은 대기업들의 인정을 받았다. 제이엘티는 현대자동차와 LG마그나 등 주요 기업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장 자동화 솔루션 덕에 제이엘티의 사업은 돛을 편 듯 순항했다. 창업 첫 해 9억 원이던 매출은 설립 5년 차인 지난해 180억 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정 대표를 비롯해 4명이 시작한 회사의 임직원 수는 현재 48명으로 늘어났다. 지난달엔 인천 송도에 2862㎡ 면적의 3층 건물 사옥을 마련했다. 사옥을 소개하던 정 대표는 “첫 사무실은 월세 30만 원짜리 원룸이었는데 4명이 같이 일하다 한 명이 의자를 젖히면 다른 사람 뒷통수에 부딪칠 정도로 좁은 방”이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공장 자동화 솔루션으로 출발했던 제이엘티가 용접 센서까지 사업의 폭을 넓힌 배경엔 정 대표의 안목이 있었다. 사업 초창기인 2020년 정 대표는 용접 자동화 기술을 연구하는 한 교수의 소개로 대형 조선소 용접 현장에 방문했다. 당시 정 대표는 ‘국내 굴지 대기업도 용접은 사람 손에 의지하는구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그는 신사업 기회를 엿보았다. 2020년 하반기부터 선박 사업 수주가 증가하던 때였다. 그 자리에서 정 대표는 “내가 용접 로봇의 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 후 5년이 지나 제이엘티는 용접 센서 기술실증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7년 IPO 계획… 신사업으로 1000억 매출 목표

제이엘티는 지난해 7월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51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곧이어 같은 해 12월 23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창업 후 5년 만에 첫 외부 투자였다. 제이엘티는 줄곧 매출 대비 10%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기에 투자에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용접 센서 및 폐배터리 해체 시스템 등 신사업에 필요한 연구·개발(R&D) 비용이 늘어나면서 회사의 몸집을 키우기 위한 결단이 필요했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SJ투자파트너스 등이 지난해 제이엘티 투자에 참여했다.

제이엘티는 2027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신사업 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다. 내년엔 프리IPO와 전략적 투자(SI) 유치 등으로 상장 전 회사의 외형을 키울 예정이다. 제이엘티가 바라보는 기업 가치는 4000억 원 이상이다. 정 대표는 “내년부터 용접 센서 등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연 매출이 1000억 원을 넘기는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며 “향후에도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을 꾸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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