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현장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산업 현장이다. 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건설현장은 숙련된 노동자뿐 아니라 고령자, 외국인, 사회 초년생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복합적 공간이기에 나이에 따른 신체적 한계, 언어·문화적 차이, 경험 부족 등이 서로 겹치며 안전 관리의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개인의 주의와 경험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첨단 기술이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 건설현장에서는 다양한 ‘에러 프루프(Error-Proof)’ 기술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실수를 줄이고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장치들이다.
대형 굴착기 주변에 노동자가 다가가면 장비가 스스로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제어 기술, 타워크레인 충돌을 사전에 차단하는 충돌방지 시스템(Anti-Collision System), 과부하가 감지되면 이동식 크레인의 작동을 자동으로 중지하는 정격하중 제한장치(Rated Capacity Limiter), 굴착기 버킷 낙하를 예방하는 퀵커플러(Quick Coupler)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장비들은 ‘노동자가 주의해야 한다’라는 과거의 요구를 넘어 ‘노동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기술이 함께 지켜낸다’라는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내 현장에서 이러한 기술이 널리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비용 부담과 제도적 장벽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전 장비 도입이 추가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고, 제도 역시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대재해 예방에 드는 비용은 결코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지출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자를 지키고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최소한의 투자이자, 산업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이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공공기관이 앞장서 스마트 건설기술을 도입하고, 성과와 한계를 공유하며 제도 개선을 주도해야 한다. 특히 발주기관이 먼저 기술 적용을 선도하면 민간 현장으로의 확산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여러 기관이 협력해 ‘스마트 건설안전’을 주제로 한 포럼, 박람회, 세미나를 정례화하고 개최 횟수도 늘려야 한다. 개최 장소를 전국으로 다변화해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스마트 안전기술을 소개하는 장을 마련한다면 기술 전시를 넘어 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건설현장은 더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노동자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의 수와 출신 국적도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언어가 다르고 경험이 부족하며 신체 조건이 달라도 스마트 건설기술은 그 차이를 보완할 수 있다. 위험을 감지해 자동으로 멈추는 장비, 소리·불빛·진동으로 경고를 주는 시스템은 교육과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안전망이 될 것이다.
‘안전’은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의 원칙이며, 건설현장은 단순히 건축물이 세워지는 장소가 아니라 수많은 가정의 가장과 구성원이 땀 흘리는 삶의 현장이다. 이곳에서의 안전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다.
노동자가 언제 어디서든 안심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드는 길은 결국 스마트 건설기술에 있다. 새만금개발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그 길을 선도하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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