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은 단순히 사람이나 물자가 오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희로애락이 묻어 있는 여정이다. 오랜 친구나 연인을 만나러 가는 설렘과 행복,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크나큰 슬픔과 분노, 새로운 세상으로 발길을 내딛는 여행의 즐거움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발자취를 따라 승용차의 이동 경로나 교통사고 구간, 사망자 수, 대중교통 이용 시간과 같은 수많은 교통 데이터가 쌓인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스며 있는 교통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도로 교통의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
교통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하면 사고 위험 구간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일도 가능하다. 교통 약자에게 필요한 대중교통 노선을 새롭게 도출해 어린이와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교통 체계를 수립할 수도 있다. 우리는 출퇴근길에 버스 도착 시간을 앱으로 확인하고 택시를 이용할 때 승하차 위치와 요금을 살펴본다. 모두 엄청난 양의 교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은 이와 같은 방대한 교통 데이터라는 원석을 ‘보석’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교통 데이터는 국민의 일상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TS는 도로와 자동차·철도·항공 등 교통 전반을 아우르는 총 56여 종의 시스템에서 교통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먼저 국내 운수 종사자의 운행 기록과 사고 정보 데이터를 수집하는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TMACS)’과 교통 카드 결제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교통카드빅데이터통합정보시스템’이 있다. 또 택시 이용 거리와 이용 시간을 수집하는 ‘택시운행정보관리시스템’을 비롯해 배송 안전 관리를 위한 ‘드론식별관리시스템’과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 데이터를 수집하는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TS는 대중교통부터 사업용 및 비사업용 차량, 드론 및 철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통 데이터를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
교통 데이터는 교통안전 정책의 개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도 한다. 일례로 TS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할 국도 내 교통사고 발생 유형과 위험 운전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고위험 구간의 순위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익산청 산하 전주시 국도 4개 지역의 교통사고 위험 구간 시설 개선 방법을 제안했다. 또 사업용 차량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적격성을 판단하는 자격 유지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검사 주기를 최적화하고,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에 보탬이 되는 자격 유지 검사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골칫거리였던 무질서한 개인형이동장치(PM) 주차 문제도 교통 데이터로 풀었다. PM 승하차 집중 구간과 도로 구조,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대구시 테크노폴리스 내 ‘PM 적정 가상 주차 구역’ 41개소를 시범 지정했다. 그 결과 보행자 안전 확보와 편의성 증진, 도시 미관 개선에 효과를 발휘해 보행 방해율을 27.7% 줄였다.
교통 데이터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숨은 보석’이다. 앞으로 교통 데이터는 AI와 같은 첨단기술과 접목해 그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다. 교통 데이터는 자율주행차의 실시간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를 예측하고, 드론의 하늘길 운행 정보를 분석해 재난 발생 시 최적의 긴급 구조 경로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TS는 ‘모두의 일상을 지키는 안전한 모빌리티 파트너’를 비전으로 삼았다. 교통 데이터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다. TS는 앞으로도 교통 데이터라는 원석을 보석으로 재탄생시켜 국민 모두가 행복한 교통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