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유엔군은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을까" 논란…헌재, 미증유의 위기

2025-01-28

박수영, 28일 문형배 블로그 글 전격 공개

文, 유엔공원 다녀간 뒤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 소회 밝혀 논란

이미선·정계선 관련해서도 안팎 '떠들썩'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유엔기념공원을 다녀간 뒤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을까.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좋은 전쟁'이란 낭만적 생각에 불과하다는 인류보편적인 깨달음을 몰랐을까"라는 글을 남긴 게 뒤늦게 발굴돼 물의를 빚고 있다. '1987년 체제'를 통해 창설된 헌법재판소가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내 지역구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던 모양이다. 방문 후 개인 블로그에 남긴 글이 가관"이라며 "문 재판관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친 6·25 전쟁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모독을 사과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이 소개한 지난 2010년 9월 당시 문형배 헌재소장대행의 글에는 "17세의 나이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호주 출신 병사 도은트를 비롯한 16개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을까"라며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좋은 전쟁이란 낭만적 생각에 불과하다는 인류보편적인 깨달음을 몰랐을까"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아울러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룬다면 완전한 통일이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을까"라며 "묘역을 떠나면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는 '평화'였다"고 술회했다.

이를 겨냥해 박수영 의원은 "(문 대행은)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는지 정말로 모르는 것이냐.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유엔군이 왔다는 것을 다 안다"며 "가만 있었으면 평화롭게 공산화 돼 있었을텐데 왜 왔느냐고 비난하는 것이냐"라고 추궁했다.

이어 "정말로 유엔참전용사들이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 했다'고 믿고 있는 것이냐"라며 "우리가 통일을 위해 북침을 하고 그것을 돕기 위해 유엔군이 참전했다는 것이냐.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느냐"라고 따져물었다.

나아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가 평화'라고 썼던데, 북한이 남침을 했는데 평화를 위해 아무런 저항도 반격도 하지 말고 바로 항복함으로써 평화를 지켰어야 한다고 믿느냐"라며 "문형배 재판관의 답변이 궁색하다면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즉시 헌법재판관에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자신의 블로그 글이 논란이 되자 문형배 헌재소장대행은 글을 수정해 말미에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북한을 가리키고 그들의 침략을 규탄한다는 뜻"이라며, 자신의 글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유엔군을 기리기 위해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형배, 블로그 수정해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이란 '북한'" 해명

헌재, 87년 체제서 창설된 뒤 최대 위기

"성향 뚜렷한 재판관들, 존폐 위기 초래"

하지만 해명대로라면 어째서 전사한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참전 의도를 물었는지, 왜 '북한'이라는 주어를 정확히 적시하지 않고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 '그들' 등으로 애매하게 표현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된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맞닥뜨렸던 최대 위기였던 6·25 전쟁 책임과 관련해 애매한 글을 남겨 헌재의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문 대행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친분설'에 휘말려 있기도 하다.

또다른 헌법재판관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정계선 헌법재판관과 관련해서도 정치권 안팎에서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미선 재판관의 친동생인 이상희 변호사는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윤석열 탄핵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정계선 재판관은 남편 황필규 변호사가 탄핵소추대리인단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은혁 재판관까지 임명된다면, 법원 내 극소수만 회원인 우리법·인권법연구회 출신이 문형배·이미선·정계선·마은혁 재판관 등 4명이 된다"며 "헌법재판소가 특정 성향인 연구회 소속이 4명이나 됐던 적은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처럼 문형배 소장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이 모두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헌재가 설 연휴 직후 이념적 성향성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진 또다른 헌법재판관 후보자인 마은혁 후보자 임명 문제를 결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염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나 대통령, 대법원처럼 제헌헌법 때부터 존재했던 헌법기관이 아니라,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기관이다. 그 이전에는 프랑스 헌법의 예에 따라 헌법위원회(1948~1960, 1972~1987)가 헌법재판을 맡거나 미국처럼 대법원(1963~1972)이 직접 헌법재판까지 함께 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는 1987년에 헌법을 개정하면서 독일의 헌법례에서 수입한 것인데,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면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 과정에서 공중분해되고 헌법위원회나 대법원이 그 역할을 다시 맡게 될 수도 있다"며 "일부 정치 성향이 노골적인 헌법재판관들이 분란을 자초해 헌재 존폐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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