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으로 알려진 타일러 라쉬가 '한글과자'를 선보이며 창업자로 나섰다. 외국인 창업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는 한글을 맛과 놀이로 풀어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에듀플러스는 한글과자를 공동 창업한 타일러 라쉬와 니디 아그라왈을 만나,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정착하고 창업까지 이어온 여정을 통해 외국인 정주의 새로운 가능성을 들어 봤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니디=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며 외국인으로서 느낀 시선의 차이가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한국의 문화와 가능성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인도에 있을 때부터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관심이 많았고, 연세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공부하며 스타트업과 IT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나만의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나섰다.
▲타일러= 학업과 방송을 병행하던 중 나만의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니디와 함께 세계에서 인기인 한글을 주제로 한 창의적 브랜드를 구상했고, 그 결과물이 대한민국 한글 모양 과자 브랜드 '한글과자'였다.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한글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K-푸드를 만들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창업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타일러=창업은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외국인이어서 불편할 때가 생긴다. 법인 등록, 택배 계약, 은행 업무 등 기본적인 절차에서 '대표 이름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막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인 인감증명서를 발급할 때 한국인처럼 대리 수령이 안 되고 무인 발급기 사용도 제한된다. 시간이 금인 창업자 대표에게 이러한 과정은 번거로울 수 밖에 없다.
또한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때 백화점 시스템에 외국인 이름 자체 등록이 불가하거나, 실명제 확인이 안 될 수 있다. 영주권자는 법무부 서버에, 한국인은 행정안전부 서버에 등록돼 있는데, 백화점 시스템이 두 기관의 서버를 동시에 조회하지 않도록 설계된 경우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는데 좌절보다는 협업을 선택했고, 함께 대안을 찾으며 개선점을 만들어갔다. 이런 과정이 오히려 사업의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창업자가 많아지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나.
▲니디=무엇보다 '창업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패해도 괜찮은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제도적인 면에서는 한국은 자금 흐름의 구조적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매출이 발생해도 카드사나 간편결제 정산이 한 달 이상 지연되면 다음 제품 생산에 바로 투자할 수 없다.
초기 창업자는 보험으로 금액을 맞추기가 어려운데, 그 자금이 들어오는 시차가 초기 창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자금이 없으면 다음 매출을 낼 제품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는 상황이 다르다. 정산 후 바로 가까운 시일에 자금이 들어온다. 해외처럼 빠른 정산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창업의 지속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 같다.
-창업기업인 한글과자를 소개한다면.
▲타일러=한글과자는 '창의'와 '재미'를 핵심으로 한 브랜드다. 한글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초성게임이나 단어놀이처럼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과자다. 초기에는 어려웠지만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공장들이 제작을 거절해 니디 어머님의 도움까지 받아 직접 주방에서 반죽을 만들며 실험했다. 결국 완성된 레시피를 찾았고, 영문 쿠키 커터 등을 활용해 한글 모양을 구현했는데 재미있는 시작이었다.
-한글과자를 접한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니디=해외 반응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별도의 글로벌 마케팅 없이 롯데·신세계면세점에 입점했고 빠른 속도로 꾸준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미국·호주 진출도 논의 중이다. 앞으로는 초성게임, 어린이 교육, 기업 협업 등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로 브랜드를 확장할 계획이다. 남녀노소 한글을 가지고 재미와 한글의 맛을 느꼈으면 좋겠다.
-창업을 준비하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조언을 한다면.
▲타일러= '절절포(번거로울 수 있는 절차 등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필요하다. 외국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늘고 있지만, 결국 시장이 답인 것 같다. 지원을 많이 받은 사업은 검증이 필요한데, 정작 시장에 나가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정답은 자신의 비즈니스가 속한 시장에 있다고 본다. 그 시장을 직접 부딪혀 보고 경험해야 한다.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소비자의 피드백을 직접 받고, 개선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창업역량이 길러진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