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의사와 무관하게 연명의료 받는 현실···연명의료비 2070년 17조원

2025-12-11

적지 않은 고령 환자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임종 직전까지 연명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해 연명의료 시술 비율을 낮추면 2070년까지 건강보험 지출이 13조원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연령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보고서를 보면, 연명의료 시술 비율이 현재처럼 약 70%로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의 연명의료비 지출이 2030년 3조원에서 2070년 16조9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또한 연명의료 시술 비율이 15% 수준으로 낮아지면 2070년 연명의료비 지출이 13조3000억가량 줄어 3조6000억원에 그친다고 추정했다. 한은은 환자 선호가 반영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면 그 과정에서 절감된 비용을 호스피스·완화의료 등 생애 말기 돌봄에 재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보면,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2018년 3만1000건(사망자 대비 비중 10.6%)이던 연명의료 중단 건수는 지난해 7만건(19.6%)으로 크게 늘었다. 연명의료에 대한 선호를 미리 기록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도 올해 8월 기준으로 누적 300만명(19세 이상 인구 중 6.8%)을 넘어섰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점진적으로 정착되고 있지만 고령 사망자 중 상당수는 여전히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사망자 중 67%는 연명의료를 받았다.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쳤다.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층 중 84.1%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받는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고 응답한 것을 고려하면 의료현실이 환자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환자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연명의료를 받는 이유로 임종기 치료 방향을 미리 문서로 만드는 데 소극적인 태도,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필요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주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대형병원에만 설치돼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연명의료 중단 이후 환자를 지원할 생애 말기 돌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점도 이유로 꼽혔다.

환자 의사와 괴리된 연명의료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자에게 불필요한 신체적 고통을 준다는 점이다. 한은이 산출한 ‘연명의료 고통지수’에 따르면 연명의료 환자의 평균 신체적 고통은 단일 질환이나 시술에서 겪는 최대 통증의 약 3.5배였다. 연명의료 고통지수 상위 20%에 속하는 환자가 겪는 고통은 약 12.7배였다.

연명의료는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 말기 의료비 평균은 2013년 547만원에서 2023년 1088만원으로 10년간 약 2배 늘었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약 40% 수준이다.

이인로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연명의료 제도 개선의 목표는 연명의료 자체를 줄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삶의 마무리 방식을 미리 숙고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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