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승이라뇨, 저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목숨 바쳐서 싸워야지요.”
UFC 데뷔 후 12번째 경기를 갖는 ‘무쇠 거북’ 박준용(34)에게 다시 연승을 앞둔 각오에 대해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박준용은 세계일보와 온라인 인터뷰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항상 마지막 경기라는 마음으로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용은 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홀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 힐 vs 라운트리 주니어’ 대회에서 이스마일 나우르디예프(28·오스트리아)와 미들급(83.9㎏ 이하) 매치를 갖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박준용은 다시 연승행진을 시작하게 되고, UFC 미들급 랭킹 진입에도 가까워 진다. 나우르디예프는 UFC에서 1승 무패를 기록 중인 파이터다. 종합격투기(MMA) 전적은 24승7패다. 승리 가운데 절반인 12승은 KO로 거뒀다.
박준용은 “레슬링 선수 출신이지만 타격도 굉장히 좋은 선수”라며 “최근 경기를 보니 예전보다 더 수비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스타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체력이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진흙탕 싸움이 되면 좋고, 많이 얽혀서 힘들게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MMA 전적 18승6패에 빛나는 박준용은 UFC에서만 11경기를 뛰며 8승3패 기록을 남겼다. 박준용은 2019년 UFC에 데뷔해 12전째를 맞았고 어느덧 베테랑 파이터가 됐다. 과거 박준용은 ‘10경기 이상은 치러야 UFC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10경기 이상 치르며 어떤 점이 달라졌냐는 질문에 박준용은 “이제야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마인드 콘트롤을 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는 것 같다”며 “감량을 어떻게 해야 하고 또 경기전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는지도 이제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프로라면 상대와 장소에 상관 없이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제 경기가 잡히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준용은 지난 경기에서 ‘이제 돈이 되는 선수와 경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준용은 “내 주제를 잘 안다”고 웃으며 “아직 그런 상대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준용에게는 마음 속에 꼭 싸우고 싶었던 상대를 정해놓은 상태였다. 박준용은 데뷔전에서 아픔을 줬던 앤서니 에르난데스와 4연승 도전을 막아선 그레고리 로드리게스 이름을 꺼냈다. 박준용은 2019년 9월 UFC 파이트 나이트 157에서 에르난데스에게 2라운드 아나콘다 초크에 탭을 쳤고, 2021년 10월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2라운드 펀치에 쓰러졌다.

박준용은 “에르난데스(미들급 8위)는 저 높이 위에 있는 선수기 때문에 제가 먼저 싸우고 싶다고 얘기하는 건 시건방져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한 두 경기 더 이기고 나서는 콜 아웃 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주제 파악을 해야 발전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일단 15위 권에 있는 아부스 마고메도프나 파울로 코스타 같은 선수면 괜찮다는 상상을 하지만 그것도 아직 먼 얘기다”라고 말했다.
최근 수많은 파이터들이 로드 투 UFC 등을 통해 격투기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UFC에서 12번째 경기를 치르는 박준용은 기라성 같은 존재다. 그는 UFC를 꿈꾸는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박준용은 “격투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며 “집에서 하지 말라는 운동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정을 즐길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래야 슬럼프가 와도, 패배를 하고 나서도 빠르게 이겨낼 수 있다”며 “선수들이 이 힘든 운동을 하는 동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또 박준용은 “나 역시 나이가 차서 은퇴를 한다기보다 싸우고 싶은 의지가 사라지면 깔끔하게 은퇴를 할 것”이라며 “그 이상 몸이 안 따라줘도 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처럼 계속 싸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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