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오이탈 조짐… 의협, 의대생에 ‘준회원’ 자격

2025-04-27

보호 명분… 정기총회서 안건 통과

복귀고민 늘자 내부 결속 나선듯

일각선 “학생 방패막이” 비판도

32개 의대, 30일 유급시한 만료

유급 4학년 국시실기 응시 못해

3개학번 1학년 ‘트리플링’도 우려

정부에 대한 투쟁 노선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생들에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겠다며 의대생 마음 잡기에 나섰다. 의대생들이 의료계 투쟁을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되자 이를 다잡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수업 파행 피해는 의대생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서 ‘어른’인 의사들이 학생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는 내부 비판도 나왔다.

의협은 27일 제77차 의협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고 정관에 ‘국내 대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전문대학원의 학생은 협회의 준회원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의협은 의대생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의대생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지원 등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비와 투표권 등 의무·권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투쟁 노선 이탈을 막으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각 대학의 유급 시한이 다가오면서 의대생 사이에서 수업 복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자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의대생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본과 4학년의 경우 서울대·가톨릭대 등 14곳은 이미 유급 시한이 지났고 30일까지 32곳의 유급 시한이 만료되는데, 유급된 4학년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 예과 1·2학년과 본과 1∼3학년도 상당수가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유급 시한이 도래한다. 의대는 학년제로 수업이 돌아가 유급 시 올해 수업이 불가능하고, 24·25학번은 내년에 들어올 26학번까지 3개 학년이 한 학년으로 묶이는 ‘트리플링’ 현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수업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와 교육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의대생 사이에서도 이제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가 최근 의학교육 의견 수렴 기구인 의학교육위원회 구성 시 의대생도 포함하겠다고 하고, 의대생들에게 수업 복귀 의향을 묻는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의대생들과의 소통을 늘리자 의협도 부랴부랴 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날 총회에서 2000명 증원 정책에 대한 책임 소재 명확화와 유사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의대생·학부모 사이에선 투쟁을 부추기는 의협에 대한 불만도 높다. 24학번 의대생 학부모는 “3개 학번이 묶이면 수련 기간 내내 힘들 텐데 누가 책임져주나”라며 “의협은 하는 것 없이 애들한테만 이러는 게 비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날 총회에서 홍순철 의협 대의원(고려대 교수)은 “의대생은 의사가 아니다. 의대생들은 지금 복귀해야 할 시점”이라며 “의협이 계속 의대생들을 방패막이로 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구성을 위한 위원 추천도 거부하고 있다. 추계위는 위원의 과반수가 공급자단체 추천 전문가로 구성돼야 하는데, 보건복지부는 의협 등 6곳을 공급자단체로 보고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했으나 의협은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만 공급자단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협 추천이 빠진 채로 추계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있다.

김유나·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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