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뒤 공정위 '칼춤'…'식품·유통' 전방위 현장조사

2025-10-17

공정위 주요 밀가루업체 7곳 현장조사, 이달 중 제당 3사 설탕 담합 제재도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격 부풀리기’ 조사도 착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고물가 원인’ 지적에 국정감사 후폭풍까지…업계 “또 기업 탓만” 볼멘소리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식품·유통업계에 대한 전 방위적인 조사에 나서며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물가를 부추기는 가격 담합 행위, 가격 부풀리기 등이 있었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다만 물가 상승의 책임을 오롯이 기업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CJ제일제당 등 주요 밀가루 업체 7개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제빵 제품 가격 급등과 관련해 이들 제분사가 밀가루 시장 가격을 담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출고가와 공급량 등을 사전 조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 안으로 대한제당,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주요 제당사 3곳의 설탕 담합 혐의에 대한 제재 절차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제당업체 3사는 지난달 17일 설탕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현장조사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말을 아꼈다. 삼양사 관계자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입장을 전했다.

유통 채널도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진 못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4~25일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농축산물 할인 행사 관련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 직전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할인율을 과장한 ‘꼼수 할인’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쿠팡에 발송했다. 쿠팡은 자사 쇼핑몰 홈페이지와 앱에서 쿠팡 ‘와우멤버십’ 가입자가 얻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을 허위 또는 과장으로 표시한 혐의를 받는다. 쿠팡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할인 전 제품 정가를 부풀려 할인율을 과장하는 ‘허위 정가’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고물가 원인을 유통업계의 담합·독점으로 꼽은 데 이어, 공정위 대상 국정감사에서 불공정행위 관련 질타가 이어지자 공정위가 칼을 빼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시장 왜곡과 관련해 공정위에게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 책임을 기업에게만 돌리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배경에는 기후 위기와 원자재 수급 불안, 고환율, 통상환경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있는데, 이를 기업의 담합이나 독점의 결과로만 모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정위를 무기로 휘두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적극적인 ‘가격 통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수급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많은 업체들이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적극적인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처지”라며 “불공정행위와 무관하다고 해도 공정위가 칼을 빼들고 나선 상황에서 마음 편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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