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댓글 조작 의혹' 리박스쿨, 청소년 상담사 교육까지 맡았었다

2025-06-12

[비즈한국] 극우 성향의 역사 교육 단체 ‘리박스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최근 청소년 지원 사단법인의 대표직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청소년 지도자(지도사·상담사)의 교육을 위해 지정된 보수교육 대상 기관 중 하나다. 손 대표 등이 초등학교 교육에 이어 청소년 지도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지난 5월 19일 ‘사단법인 YMCA학교사랑연합(YMCA학사연)’ 이사 겸 대표로 취임했다. YMCA학사연은 2008년 설립한 ‘사단법인 학교와청소년을사랑하는봉사연합(학사연)’이 기반으로, 2013년 11월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연합의 설립 목적은 △저소득층 청소년(소외 청소년) 문화 활동 지원 및 생활 지원 △여성 멘토 활동 및 사회참여 사업 △멘티 후원 사업이다.

과거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YMCA학사연은 저소득층을 위한 김장봉사, 일일찻집 운영, 교복 지원 등 역사 교육과는 무관한 행보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는 법무부 훈령을 근거로 설립한 민간 자원봉사 단체 ‘법무부청소년범죄예방위원 서울중앙지역협의회’ 중구 지구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리박스쿨과의 연관성을 엿볼 수 있는 건 올해 4월부터다. 4월 25일 한 교육 매체가 ‘​한국늘봄교육연합회’​와 YMCA학사연이 MOU를 맺었다는 기사를 게시했으나 현재는 삭제됐다.

YMCA학사연은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청소년 상담사 보수교육 대상 기관’ 중 하나다. 청소년 시설, 청소년 단체 및 학교 등에서 근무하는 청소년 지도사와 청소년 상담사는 ‘청소년 기본법’에 따라 자질 향상을 위해 매년 8시간 이상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수교육 대상 기관이란 ‘청소년상담사 자격검정 및 연수 등에 관한 고시’에 명시된 곳으로 여가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은 법인이거나,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에 가입한 곳이 해당한다. 손 대표가 청소년 지도·상담 분야까지 행보를 넓힌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YMCA는 기독교 기반의 민간 운동단체다. 서울 YMCA의 경우 유해환경 감시, 쉼터 운영 등 청소년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YMCA학사연은 서울시 종로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서울 YMCA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YMCA 관계자는 “처음 듣는 곳이다. YMCA 산하 지회는 직영과 위탁으로 나뉘는데, 위탁의 경우 지자체와 연계해 운영한다”며 “특히 사단법인이라면 YMCA와 별개의 법인으로 등록한 곳이다. 재단에서 YMCA 명칭 사용을 제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연유로 사용하는지는 모르나, 서울 YMCA와 관련 없는 단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진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만든 보수 교육 단체다.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아동에게 극우 역사관을 가르치고,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직적인 댓글 공작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리박스쿨 사무실과 손 대표를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손 대표는 방과후학교 위탁 운영 사업을 하는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글로리 조합)’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글로리조합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늘봄교육 등의 민간 강사자격증을 발급해왔다. 글로리조합은 애초 리박스쿨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의 같은 사무실에 있었으나, 2024년 12월 4일 인천시 남동구로 주소지를 이전했다.

글로리조합은 인천 지역 초등학교 등에 과학 교구와 프로그램을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인천교사노동조합이 “교육권 보호와 학교 교육의 공공성·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인천시교육청의 사실 확인과 대응을 요청한다”며 성명을 내기도 했다.

리박스쿨이 한국늘봄교육연합회 명의로 늘봄학교에 강사를 파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늘봄학교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교와 지역 사회의 교육 자원을 연계해 돌봄 공백을 막고 양육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늘봄교육연합회는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의 딸이 대표를 맡은 곳으로 정식 명칭에 사단법인이 포함됐으나, 지난 11일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허위 단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늘봄교육연합회는 2024년 10월 서울교육대학과 늘봄학교 프로그램 지원 및 강사 양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서울교대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늘봄 지원 사업 공모에 참여해 사업 수행 기관으로 선정됐다. 리박스쿨은 이를 통해 서울 지역 초등학교 10곳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강사를 파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11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10개 초등학교를 점검했으나 교육 중립성 위반과 관련한 문제점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추가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해 학부모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민원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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