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들이 경기 침체 속 장기 병가를 내는 직원들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하고 있다. 마르쿠스 렌츠가 이끄는 프랑크푸르트 소재 '렌츠그룹'은 연간 1200건의 의뢰를 받아 처리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수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들의 병가 일수는 2021년 11.1일에서 2023년 15.1일로 급증했다. 높은 결근률은 지난해 독일 GDP를 0.8% 감소시켰다.
독일 주요 법정건강보험사인 TK는 2024년 1~9월 가입 근로자의 평균 병가 일수가 14.13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독일의 질병으로 인한 근무시간 손실률은 6.8%로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보다 높았다.
급증하는 병가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유지된 전화 진단 시스템이 지목된다. 현재 독일에선 가벼운 증상만으로도 전화 진단을 통해 병가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제도를 악용해 기침이나 증상을 위장해 병가를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은 근로자가 연간 최대 6주까지 병가 시 급여 전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6주 이후에는 건강보험기관이 질병수당을 지급한다. 렌츠는 "연간 30~40일, 때로는 100일까지 병가를 내는 직원들이 기업에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를 더 이상 감수하지 않으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 병가를 내고 가족 사업을 돕거나 집수리를 하는 직원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다만 증거 수집이 반드시 해고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탈리아의 한 버스 기사는 불안 증세로 병가 중 술집에서 노래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다 해고됐지만 대법원은 이 활동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복직을 명령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병가율이 호흡기 질환 증가, 업무 스트레스,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문제 등 정당한 사유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