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엔 이재명” 美 보도, 서울 변호사 기고였다

2025-02-06

FP에 李 대표 홍보하는 글 실려

민주, 홍보 자료 만들어 배포

與 발굴단 “李 지지자 희망사항”

일각 “곧 들통날 왜곡 활동,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윤석열 대통령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 나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글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올라왔다.

이날 FP 홈페이지에는 ‘한국의 보수는 트럼프의 지원을 받으려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대표는 당파주의보다 국익을 우선시한다. 이재명과 트럼프, 두 현실주의자가 만나 놀라운 지정학적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 대표를 홍보하는 글이 실렸다.

여기에 고무된 민주당은 ‘미국 언론이 말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란 제목의 홍보 자료까지 제작해 배포했고 일부 진보 언론은 포린폴리시에서 보도한 ‘기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글은 FP의 편집진이 아닌 한국에 거주하는 ‘미셸 김’(Michelle Kim)이라는 미국 변호사가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기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FP나 디플로매트 같은 미국의 외교·안보 매체들은 전문가나 전직 관료는 물론 석·박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인턴을 포함한 주요 싱크탱크의 연구원 등이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게 기고를 받아 싣고 있다. 기본적인 형식 요건을 충족하고 논거(argument)가 명료하면 글을 실어주는데 이 매체들이 정답이 없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종의 공론장을 자처하는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기고의 경우 해당 매체와 편집 방향이 다를 수 있고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글을 포린폴리시에서 보도한 ‘기사’라고 강조하며 홍보한 것이다.

국민의힘 ‘진짜뉴스 발굴단’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에게 필사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한국의 보수층’(South Korean Conservative Make a Desperate Bid for Trump’s Aid)이란 제목의 포린폴리시 글에 대해 “포린폴리시 측에서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변호사 미셸 김’의 기고문”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기고문 원문은 “결국 트럼프에게 더 나은 외교적 동맹은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일 수 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정치적 가치를 지닌 현실주의자들이 놀라운 지리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게 될 가능성이 있다”다. 발굴단은 “해당 구절은 포린폴리시의 자체 전망이 아니라 이재명 지지자들의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발굴단은 “미국 정부방송 VOA 등 다수 매체로부터 ’친중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이 외신에 자신들의 소망을 담은 글을 기고했다”면서 “그 후 그것을 이용해 마치 외신의 자체 평가인 것처럼 왜곡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고문 작성자에 대해 발굴단은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변호사 미셸 김씨는 탄핵 정국을 맞아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기고문을 3차례 올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국제위원회는 포린폴리시 기고문 내용을 언급하면서 해당 기고문 내용 요약본을 ‘5페이지 분량 기사 보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이같은 홍보방식을 놓고 미 조야에 퍼진 한국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 추진 당시 윤 대통령의 ‘북중러 적대시 외교’를 비판하면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던 민주당이 급하게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파적 시각을 가진 한국계 인사가 매체에 기고한 글을 그 매체가 보도한 것 마냥 둔갑시키고 매체의 권위를 빌려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치적 선전을 하는 건 야권에서 종종 있어 왔지만 곧 들통날 것을 알면서도 왜곡 활동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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