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단신] 에밀리아 페레즈

2025-03-20

◉ 2025년 11주 차(3/10~3/16) 박스오피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 통합전산망)

◉ 진격의 거인

10년도 더 된 어느 때 <진격의 거인> 원작 만화를 보고 ‘공생’이라는 개념의 변주가 신선했고, 몇 년 전 일본판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에서 전투원들이 공중으로 일시에 뛰어오르는 장면이 몹시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만화와 애니메이션 모두 구할 수 없었다. 원작 만화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의 극우 성향과 혐한(嫌韓) 발언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가 이 만화로 처음 등장했을 때 나이가 겨우 23세였다. 만 30세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극우주의자가 되었고 사죄해야 할 나라에 혐오감을 가졌다. 그래서 나도 그 작품을 혐오했다.

작가의 성향 때문에 국내외에서 암암리에 금기시했던 이 작품이 극장판으로 태연하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그래. 그로부터 십이지신이 한 바퀴 돌았으니까.

진격의 거인과 인간과의 공존은 미키 종족과 크리퍼의 공존과 비슷한 데가 있다. 아니, 인류의 역사만큼 수많은 플롯에서 적과의 공생과 공존은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인간을 둘러싼 안전 성벽이 적대적 존재인 거인이라는 발상이 신선했을 뿐이다.

아무렇지 않은 이 상황, 아무리 작품만 보자고 해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영화인 이전에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실천하며 살았다고 말하진 못해도 의와 참은 아는 인간이므로.

◉ 세상에서 한 자리에 머무는 것은 무엇도 없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 4월은 영화계 비수기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니 초·중·고·대학생 새내기들에게 새로운 것들이 무더기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비수기를 활용해 대박을 터트린 표본이 <살인의 추억>(2003, 봉준호)이었고, 21세기 한국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에 틈새시장을 장악하려 한 할리우드 영화들의 새로운 자리매김이 바로 그 비수기였다. 주 5일 근무제가 안착하고 이래저래 노동자의 삶에 여유가 좀 생긴다 하니 영화산업은 비수기를 없애버렸고, 통신사는 할인을 없애버렸다.

2025년 9주 차에 개봉해서 급하게 올라오는 영화들이 있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영화들은 <침범>(2024, 김여정, 이정찬), <에밀리아 페레즈>(2024, 자크 오디아르), <화이트 버드>(2023, 마크 포스터), 그리고 재개봉한 <위플래쉬>(2014, 데이미언 셔젤)다. 영화예술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하니 흥행은 보장하지 못하나 요즘처럼 예민하고 삭막한 시절에 예술로 치유하는 계기라도 됐으면 좋겠다.

◉ 영화·영상 관련 지원 사업 및 공모 안내

·영화진흥위원회의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40분 미만 단편은 최대 3000만 원, 40분 이상 장편은 최대 1억 원, 4/4까지

·영화진흥위원회의 극영화 제작 지원: 60분 이상 장편 영화에 3~5억 원, 4/8까지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작 지원: 장르 무관, 30분 미만 단편 또는 70분 이상의 장편, 총 1억 원 이내 규모에서 최대 5000만 원 지원 예정, 3/31까지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출품 공모: 2023년 1월 1일 이후 제작한 영화로 국제/아시아경쟁 부문 출품, 5/16까지

◉ 이번 주 추천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22025. 3. 12. (수) 개봉. 133분.

·울산 상영관: CGV 성남·진장·삼산, 롯데시네마 울산성남, 메가박스 울산

·감독: 자크 오디아르

·출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조 샐다나, 셀레나 고메즈

·주인공 직업: 변호사

·카피: “완전히 새로운 뮤지컬 영화”, “내 유일한 욕망은 여자가 되는 것”, “난 잃을 게 없어. 얻을 것만 있지”, “나는 존재하고 그걸로 충분해”, “시끄럽게 날뛰어 봐.” 그리고 “시대의 반항아, 위대한 예술가.”

·수상: 아카데미 수상, 골든글로브 수상, 칸 영화제 수상

·덧말: 위장하기 위해 성별을 바꿔버리는 엄청난 영화. 세상의 모든 사회적 갈등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그것도 아주 예술적으로. 그리고 매우 훌륭하게.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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