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현미가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미를 직접 제분해 만든 빵으로 ‘전국구 인기’를 누리는 곳, 울산 ‘채윤당 현미빵전문점’(이하 채윤당)을 찾았다.
김수민 채윤당 대표는 1983년부터 빵을 만들어왔다. 직업으로 삼을 만큼 빵을 좋아했지만 밀가루빵을 먹으면 위산이 역류하는 증상이 골칫거리였다. 그러다 1995년 대학원 제과제빵 수업의 한 과정으로 독일 연수를 떠나게 됐다. 그곳에서 통밀로 만든 빵을 먹으니 신기하게도 속이 편했다.
“우리나라에선 현미로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1990년대 후반부터 현미빵 제조법을 연구했어요. 경기도에 있는 쌀 제분 공장에 찾아가 제분 기술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채윤당의 모든 빵은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현미로 만든다. 주력 상품은 현미 식빵이다. 일반 밀가루 식빵에 비해 열량과 탄수화물·당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하는 사람이나 당뇨 환자에게 인기가 높다. 현미 식빵은 은은한 갈색빛이 감돈다. 구수한 향,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 식감은 밀가루 식빵과 다르지 않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먹고 나면 속이 편하면서 든든한 덕에 식사 대용 빵으로 각광받고 있다.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도 많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이어진다. 단팥빵·치아바타·카스텔라·파운드케이크 등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채윤당의 빵이 맛있는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제분 기술에 있다. 김 대표는 쌀의 전분구조 손상을 최소화한 건식 제분기를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쌀을 건식 제분하면 열이 많이 발생해 전분구조가 변형되고 빵이 잘 부풀지 않는다. 그래서 물에 불렸다 가루로 내는 습식 제분을 주로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폐수 처리 문제도 따른다.
김 대표는 제분기 내에서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톱날이 돌아가는 부분에 외부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망을 여럿 달았다. 곱게 갈린 쌀가루는 흡입기를 통해 보관함으로 바로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열이 식는다. 김 대표는 “쌀을 습식으로 제분하면 물값, 폐수 처리 비용 등을 합해 1㎏당 1000원이 들지만 건식 제분기를 사용하면 전기료 100원 정도면 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채윤당에선 현미와 가루쌀을 제분해 제빵용 현미 쌀가루 믹스와 가루쌀 쌀가루 믹스를 판매한다. 자가용과 판매용을 합해 1년 쌀 사용량은 현미 30t, 가루쌀 24t에 이른다. 김 대표는 쌀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쌀빵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농촌에서 농민들이 직접 쌀빵을 만들어 판매하면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예요. 전북 남원시가 농촌에 방치된 폐창고를 개조해 카페를 열었는데, 그곳에서 현미 식빵을 만들어 팔 수 있게 컨설팅을 진행했죠. 쌀빵을 통해 쌀 소비가 늘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울산=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