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호반그룹 총수 김상열 전 회장이 모친 유산을 두고 형제들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호반건설 합병을 두고도 소송전이 벌어졌다(관련 기사 [단독] 김상열 호반그룹 전 회장, 모친 유산 둘러싸고 형제간 소송전).
김 전 회장 형제들은 부당내부거래로 지목된 호반건설 지원행위로 김대헌 사장이 지배하던 호반건설주택이 회사 규모를 키운 뒤 호반건설과 합병해, 기존 호반건설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며 부당 지원 행위에 관여한 당사자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상열 전 회장의 형 A 씨와 여동생 B 씨는 지난달 28일 호반건설과 김상열 전 회장, 김대헌 사장, 호반건설 전현직 대표이사 3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상열 전 회장이 지배하던 호반건설이 장남 김대헌 사장 소유 호반건설주택을 부당하게 지원한 뒤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호반건설 주주이던 어머니 고 백채남 씨 지분 가치가 훼손돼 지원 행위에 가담한 당사자 배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앞서 어머니 백 씨와 함께 호반건설 주주이던 남동생 C 씨도 지난해 6월 본인과 어머니 지분 가치 훼손을 주장하며 같은 취지의 소송을 냈다.
형제간 분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로 지목한 호반건설 부당 지원 행위에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2023년 6월 호반건설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하던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608억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주로 김상열 전 회장이 지배하던 호반건설이 2013~2015년 무렵 장남 김대헌 소유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김민성 소유 호반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부당내부거래가 이뤄졌다고 봤다.
공정위가 지적한 호반건설 부당내부거래는 크게 네 가지다. 호반건설이 총수 2세 개인회사들에 △공공택지 입찰에 필요한 신청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 대여하고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전매하는 한편 △40개 공공택지 사업에서 무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기존 수주 공사를 계약 해지한 뒤 이관하는 행위 등이다. 공정위는 이런 지원행위로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 2세 회사가 급격히 성장했고,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종합건설업 시장에서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김대헌 사장이 지배하던 호반건설주택은 공정위가 지적한 부당 지원 기간에 회사 규모를 키워 호반건설과 합병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주택의 분양 매출은 2014년 1559억 원 수준에서 2017년 2조 5790억 원으로 늘었고, 시공능력평가액은 2014년 506억 원에서 2018년 2조 1619억 원으로 뛰어 우리나라 13위 건설사 수준이 됐다. 호반건설은 2018년 12월 몸집을 키운 호반건설주택을 흡수합병했다. 합병 비율은 1대5.89로, 김대헌 총괄기획사장은 합병 이후 그룹 대표 회사인 호반건설 지분 54.73%를 확보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김상열 전 회장의 형제들은 앞선 부당내부거래로 호반건설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며 이번 손해 배상 소송을 냈다. 사실상 호반건설과 경영진이 호반건설주택을 부당하게 지원하는 배임 행위로 합병 대상 회사의 자본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고, 합병 시 어머니 백채남 씨와 C 씨가 보유하던 호반건설 주식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취지다. 이들은 부당내부거래가 없으면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주택 합병비율이 최대 1대1이라며, 이를 반영한 지분 대비 상실 지분(각각 0.37%, 0.53%)을 당사자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열 전 회장은 모친 고 백채남 씨와 부친 고 김갑환 씨 슬하 6남매 중 둘째다. 위로 맏형 A 씨가 있고, 아래로는 셋째 남동생 C 씨, 넷째 여동생, 다섯째 여동생 B 씨, 여섯째 남동생이 있다. 모친 백 씨는 지난해 2월 광주 북구에 있는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직계비속인 김상열 전 회장 형제들은 백 씨 상속 재산의 지분 6분의 1씩을 가진 공동상속인이 됐다. 백 씨와 C 씨는 각각 호반건설 지분 0.91%, 1.3%를 보유하다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을 흡수합병 하면서 지분이 0.33%(18만 2000주), 0.47%(26만 주)로 줄었다.
김상열 전 회장 형제들이 이번 소송에서 손해로 산정한 금액은 총 367억 원 수준이다. 이들은 호반건설 지분율 감소에 따른 어머니 백채남 씨의 손해를 약 190억 원으로 보고 공동상속인 1인당 손해배상금 상속분에 해당하는 약 32억 원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C 씨는 백 씨 손해배상금 상속분과 함께 자신의 지분에 대한 손해 272억 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는 A 씨와 B 씨가 각각 1억 100만 원, C 씨가 5억 100만 원 등 주장액 중 일부만 배상을 청구했다.
김상열 전 회장 형제들이 주장하는 손해 배상 금액은 호반건설과 공정위가 벌이는 행정 소송 결과에 따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7일 호반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공정위 과징금 608억 원 중 △입찰신청금 무상대여 △공공택지 전매 행위에 대한 과징금 364억 6100만 원 부과를 취소했다. 호반건설은 앞서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앞선 공정위 행정명령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앞선 행정소송 결과에 대해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가 인용되지 않은 △PF대출 무상 지급 보증 행위는 업계 관행이고 △건설공사 이관 행위는 특수관계인에게 유무형의 이득이 없음에도 이를 인정해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이 나오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호반건설 측은 김상열 전 회장 형제들의 소송건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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