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 사태를 일으킨 다음날 대통령실 외신대변인에게 직접 연락해 “합법적인 계엄이었다”고 해명할 것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당시 지시를 받았던 비서관은 “대통령의 입장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외신 기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면서 허위사실을 공보한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12일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을 열고 하태원 전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외신대변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하 전 비서관은 불법계엄 선포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0여년 동안 이런 야당은 없었다” “대통령으로서 헌정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액션은 했으나 합법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했다”는 대통령실 입장을 외신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하 전 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4일 하 전 비서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계엄을 선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하 전 비서관은 당시 ‘도대체 왜 계엄을 선포했냐’ ‘결과적으로 헌정질서 파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 전 비서관은 “저도 알고 싶었던 내용이고, 내외신 기자들 모두 궁금해하는 내용이라 (윤 전 대통령의 설명을) 본능적으로 받아적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통화를 ‘외신에 이런 해명을 전파해달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외신대변인에게 알려주는 내용이 혼자 알고 있으라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기를 원한 건 명확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본래 업무를 한 것일 뿐, 계엄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한다거나 허위 공보를 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말한 내용을 정리해 다시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는 “구두로 불러주신 내용이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제 임무라 생각해 다시 대통령에게 보여드렸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이대로 외신 기자들에게 전달하라’고 직접 승인했다고 증언했다. 이때 윤 전 대통령은 본인이 말했던 내용을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으로 전파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하 전 비서관에게 ‘비상계엄은 합법이었다’는 취지의 거짓 해명을 지시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든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윤 전 대통령을 지난 7월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계엄 전 ‘2분 국무회의’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 등도 살피고 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계엄이 선포되기 직전 ‘빨리 들어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 접견실로 갔지만 계엄을 선포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이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기회도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