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중국 연길공항에서 버스로 약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도백하. 이도백하의 여러 물줄기 중에서도 원시림보호구역에 포함된 내두천에 들어서자 마치 풍경화 속에 들어선 듯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파란 하늘과 그 아래로 펼쳐지는 하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나무와 풀숲은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하천을 뒤로 하고 10분 가량 더 걷자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물과 바닥에서 ‘통통’ 튀어 오르는 용천수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바로 농심(004370) ‘백산수’의 수원지로, 이 용천수는 약 550m 인근의 펌프장을 거친 뒤 공장으로 옮겨져 백산수로 탄생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백두산 천지로부터 수원지까지 무려 약 40년 간 총 45㎞의 자연보호구역 지하 암반층을 타고 흐른 물이다. 40년은 국내외 생수 중 최고(最古) 수준의 자연정수기간이다. 자연정수기간이란 빗물이 지표면에 흡수된 뒤 지하 암반층을 통과하는 시간을 뜻하는데, 이 기간이 길수록 빗물이 자연정화되고 천연 미네랄 함유량도 높다.


용천수는 농심이 수원지에 설치한 22개의 관정을 통해 24시간 365일 펌프장으로 보내진다. 이 용천수(湧泉水)는 단어 뜻 그대로 외부의 압력 없이 자연적으로 솟아 나오는 물이다. 지하수를 뽑아 올려 생산되는 여타 생수와 대조되는 지점이다. 용천수는 매일 2만 4000톤 상당이 솟아 나오는데, 취수 과정에서 환경오염이나 자연 파괴, 지하수 고갈 염려가 없다는 것이 농심 측의 설명이다. 펌프장의 배관은 스탠트나 임플란트에 쓰이는 의료용 기기 등급의 SUS 316L 스테인레스로 조성돼 공기와의 접촉 없이 생산라인으로 바로 연결되며, 2개의 특수 볼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청소된다. 안명식 연변농심 대표는 “생수 제조에 있어 배관 청소 시스템을 갖춘 곳은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데 아시아에서는 백산수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5분 가량을 달리자 수원지로부터 3.7㎞ 거리에 위치한 백산수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는 농심이 2015년 10월 2600억 원을 들여 준공한 29만 1590㎡(8만 8336평) 규모의 신공장으로, 연 100만 톤의 캐파(생산능력)을 갖췄다. 약 190명의 직원이 2교대로 근무하는데 생산부터 물류, 출고까지 모든 과정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스마트팩토리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백두산의 자연이 만든 물에 혹여나 오염이 개입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장에서는 백산수의 생산 과정도 볼 수 있었다. 공장 탱크에 보관된 물은 나노 필터와 자외선 살균기, 제균 필터를 거친다. 이렇게 안전성을 확보한 뒤 용기에 담기는 ‘필링’과 세척 및 소독된 뚜껑을 결합하는 ‘캡핑’, 중량 등의 ‘검사’와 ‘포장’ 과정을 밟는다. 물이 담기는 용기와 뚜껑 역시 모두 이 공장에서 자체 생산되는데, 연 63만 톤이라는 엄청난 생산량을 증명하듯 생수 용기가 제조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사진에 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렇게 완성된 백산수는 중국의 철도망 등을 통해 한국과 중국 전역으로 이동된다. 안 대표는 “농심은 중국 정부로부터 철도 운송권을 취득해 백산수를 공급한다"며 "철도 운송권은 중국 정부의 국가 기간망인 만큼 기업이 이를 취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백산수의 누적 매출액은 2012년 12월 출시된 이래 현재까지 1조 1000억 원을 넘겼다. 2013년 매출액이 불과 240억 원에 그쳤던 점에 비춰보면 경이로운 성과다. 농심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5%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올해 30%로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부터는 미국과 캄보디아에, 올해부터는 몽골과 베트남에도 수출을 하고 있는 만큼 해외 성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