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 파장 속 “모든 차종 고객 안심 프로그램 시작”
재규어 수출 중단, 페라리 등 가격 인상…닛산은 현지 생산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의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인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미국 내 차량 판매 가격을 최대 10% 올렸다. 독일의 폭스바겐도 판매가를 사실상 올리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가격 인상 대신 일단 ‘버티기’에 들어갔다.
JLR은 지난 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JLR 고급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라며 “현재 사업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무역 조건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동안 단기 조치로 4월 한 달간 미국으로의 자동차 출하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3일 0시1분부터 미국 밖에서 생산된 모든 자동차를 대상으로 25%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JLR은 영국에서 3만8000명을 고용 중이며, 3월 기준 지난 1년간 차량 43만대를 판매했다. 그중 미국 시장 비중이 약 25%다. 이 기간 JLR은 미국에 65억파운드(약 12조원) 상당의 자동차를 팔았다.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생산량 조정을 위해 멕시코·캐나다의 일부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그 여파로 이 공장들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미국 중서부 공장 노동자 900명도 일자리를 잃게 됐다.
독일 폭스바겐은 ‘수입 수수료’를 붙이는 방법으로 판매가 인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감산 계획을 철회하고, 당분간 현지 생산기지를 유지할 예정이다.
최근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앞으로 약 두 달간 기존 모든 차종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고객을 안심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오늘부터 2025년 6월2일까지 2개월 동안 현재 모델 라인업의 권장소매가(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 MSRP)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오늘 역동적인 시장 여건과 관세가 자동차 산업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응해 고객 안심(Customer Assurance)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이 독특한 이니셔티브는 미국 소비자들을 지원하고 구매력(affordability)을 보호하려는 현대차의 오랜 노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우리는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 가능성에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자 한다”면서 “MSRP 약속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차량을 제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일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