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G넥스원이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GRC)가 누적 적자와 특허 분쟁 여파로 난항을 겪고 있다. LIG넥스원은 올해 사업목적 변경과 대미 로비활동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으나, GRC 인수 시너지조차 부진한 상태여서 성과가 미진한 상황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GRC 지분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해외법인 LNGR LLC는 올해 상반기 순손실 168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한 작년 말에는 순손실이 128억원이었고, 합산하면 올해까지 누적 순손실은 300억원에 달한다.
GRC는 LNGR LLC가 지난 2023년 12월 지분 60%를 2억3970만달러(약 33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사족보행 로봇 기업이다. 사족보행 로봇은 감시 정찰이나 상시경계, 폭발물(EOD) 처리, 화생방(CBRNE) 탐지 등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특히 GRC는 미국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어 미국 방산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업계에서도 GRC 지분 인수가 미국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LIG넥스원이 주력 사업인 유도무기(PGM) 중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비궁은 미 국방부 해외비교시험(FCT)의 최종 단계를 통과하며 미국 수출이 가능해졌다. 수출 계약은 가능하나 아직 미국 정부의 승인이 없어 (계약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올해 대미 로비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원 로비활동 공개정보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미국계 로펌과 로비업무 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상반기 대미 로비 자금으로 16만달러(약 2억2300만원)를 집행했다.
올해 선박·함정 유관사업을 명료화한 점도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LIG넥스원은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유지·보수·분해 후 재조립(MRO)을 추가했다. 이는 기존의 MRO 사업을 더욱 구체화해 추진하기 위한 목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 열리는 미 해군 함정 MRO 등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 같은 작업에도 LIG넥스원은 미국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진출을 위해 투자한 GRC는 인수 시너지도 미진한 채로 수익성만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업계에 따르면 GRC는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특허 소송을 마무리 짓는 조건으로 2035년까지 사족로봇 제품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 단계 이전에 악재가 겹쳐 수익 개선 작업도 까다로워진 모습이다.
GRC의 부진한 성과는 LIG넥스원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LIG넥스원 주가는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다음날인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4.93% 하락한 51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50만원 선에 머물며 기존 60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GRC의 미국 사업 현황에 대해 "기밀 사항으로 공개가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