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정벌의 영웅, 장수군이 기억해야 할 이종무 장군 ②

2025-09-17

첫 시도는 역풍으로 실패했으나, 19일 재출발해 20일 오전 두지포(豆知浦)에 선발대 10여 척이 먼저 정박했다. 대마도인들은 자국 선단의 귀환으로 오인해 방심했다가, 이내 정벌군의 대규모 함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공포에 휩싸여 도망쳤다.

항복 권유에 응하지 않자 이종무는 병력을 분산 출격시켜 적선 129척을 빼앗고, 소용 없는 배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불사르면서 가옥 1,939호를 태우고 논밭 곡식을 짓밟았다. 114명을 참수하고 21명을 사로잡았으며, 중국인 131명을 구출해 조선으로 송환했다.

정벌군은 두지포를 기반으로 매일 상륙·수색 작전을 벌여 가옥 68호와 배 15척을 추가 소각, 9명을 참수하고 중국인 15명과 조선인 8명을 더 구출했다. 그러나 26일 이로군(尼老郡)에 상륙한 좌군이 현지의 매복 기습을 받아 패전하면서 전세는 일시 불리해졌다. 우군절제사 이순몽과 병마사 김효성(金孝誠)이 구원 부대를 이끌어 진압에 성공했으나, 조선군 사상자는 백여 명에 이르렀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대마도 측은 ‘수호(修好)’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 체면을 살렸다. 이종무는 전열을 재정비한 뒤 7월 3일 거제도로 철수했다. 전함 한 척도 잃지 않았고, 귀환 직후 태종과 세종은 낙천정(樂天亭)에서 정예 장수와 병사들을 맞아 연회를 베풀며 그들의 공을 치하했다. 정벌군은 의정부찬성사로 이종무를 승진시켰고, 전사자 유족에 대한 보상과 장수들에게 갑옷·의복을 수여해 사기를 북돋웠다.

돌아온 이종무는 명예와 영예 뒤에 감춰진 정치적 시련을 마주해야 했다. 일부 신료는 이로군 패전과 김훈·노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그를 모반 혐의로 국문하자고 주장했다. 옥구진병마사 김훈이 조모의 상을 핑계 삼아 빈소 대신 인덕궁에 드나들며 정종의 옷과 활·화살을 받았던 일, 그리고 간관 노이가 태종 비판 사실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유배됐다 풀려난 사실이 정벌군 합류 과정에서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이종무는 의금부에 하옥되어 조사를 받았으나, 태종과 세종은 그가 공신이라는 점을 감안해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1420년(세종 2) 6월 그는 서울 관직에 복귀해 거주가 허락되었고, 9월에는 고신(告身)을 회복했다. 10월에는 장천군 작호와 과전을 돌려받아 완전 복권되었다. 이어 1421년 장천부원군으로 봉작되었고, 1422년 도성수축도감 제조로, 1423년에는 다시 명나라 사은사로 파견되는 등 고위 신료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1423년 말 권희달(權希達)이 진하사 근무 중 공행을 저지르고, 이종무가 이를 알면서도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또다시 직첩을 거두고 부처했다. 다행히 1425년(세종 7) 1월 그는 다시 과전을 회복하고 장천부원군으로 복귀했으나, 불과 5개월 뒤인 6월 9일 향년 66세로 서거했다. 조정은 조회를 3일간 정지하고 부의를 내리며 그를 “간성의 장수요, 사직의 신하”라 칭송했다.

이종무 장군의 유해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산79에 안장되었고, 1995년 그의 얼을 기리는 의미로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 ‘이종무함(SS-066)’이 명명되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도 당당히 등재된 그는, 군사·외교·정치 전분야에서 조선 초기 국정을 이끈 만능 장수였다.

오늘날 장수군이 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이종무 장군의 시조를 모신 천천면 월곡리를 비롯해 노하리·선창리·두산리·노곡리 등의 선조 묘역을 정비하고, 사당과 기념관을 건립해 지역민의 자긍심을 되살려야 한다. 이종무를 주제로 한 역사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학습, 웹툰·영상 콘텐츠를 개발해 다음 세대에게 전승하고, ‘이종무 역사길’과 연례 추모제를 통해 문화관광 자원으로 육성할 때다.

장수군의 정체성은 과거를 기억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종무 장군은 단순한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지역과 국가를 잇는 가교다. 그가 흘린 피와 땀, 사명감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장수군이 이 영웅의 삶을 제대로 기억하고 기림으로써 지역의 미래를 열어갈 때, 진정한 ‘호국의 고장, 장수’가 완성될 것이다.

신인식 <전 장수군 농업소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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