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티몬이 서비스 재오픈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7월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사업을 중단한 지 1년여 만이다. 티몬은 최근 오아시스에 인수되며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었던 소비자들에 대한 구제는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티메프 사태 1년, 피해자는 여전히 ‘환불 요구’
티몬이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당초 8월 11일로 서비스 재개일을 확정했다가 회생절차 종결을 이유로 일정을 미뤘다. 티몬 측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회생절차의 최종 종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현재 회생절차 종결 전까지 주요 결정 과정에 법원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티몬은 2024년 7월 티메프 사태로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올해 6월 서울회생법원이 티몬의 회생계획안 강제 인가를 결정했고,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인 오아시스마켓이 티몬 인수를 확정 지었다. 티몬은 7월부터 리오프닝을 예고하는 티저 영상을 지속해서 업로드하며 서비스 재개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티몬의 정상화 움직임을 바라보는 피해 소비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한 피해자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로 손해 본 금액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지금도 매일같이 환불 요구 전화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티몬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재오픈을 하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작년 티메프 사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 피해 금액을 환불 받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증빙서류를 보내는 일을 반복 중”이라며 “판매처, 카드사,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 업체) 등에 연락을 하고 있지만 서로 ‘환불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최근 소비자보호원에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설령 환불 결정이 나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카드사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이다. 티몬은 정상 영업에 나서는 상황에서 피해자들만 1년 전과 똑같이 환불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상황이 맞는 거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피해자 구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태 초기 PG사, 카드사, 간편결제 업체 등은 고객이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했으나 배송 받지 못한 일반상품 3만여 건(40억 원 규모)에 대해 환불 처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여행상품이나 이용권, 항공권 등은 환불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처리가 계속해서 미뤄졌다.
환불 여부를 두고 1년여 시간을 끌어오던 카드사, PG사 등은 최근 하나둘 환불 거부를 통보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티메프 사태로 50만 원가량 피해를 본 A 씨는 1년간 환불 요청을 해왔지만 지난달 말 ‘환불 불가’를 통보받았다. 그는 “자녀들과 친정 식구 등 가족 9명이 물놀이를 가기 위해 워터파크 이용권을 구입했으나 결제 며칠 후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티켓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당시 간편결제사에서 티몬 관련 피해를 접수하라고 해, 빠르게 접수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1년인데, 결국 환불을 해줄 수 없다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은 티메프 여행·숙박 상품에 대해 판매사, PG사 등에 티메프와 연대해 책임지라는 집단조정안을 발표했다. 간편결제사는 이러한 수용안을 수락했고, 이에 소비자 사이에서는 전액 환불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일부 간편결제사는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을 충족하는 피해자에게만 환불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 기준과 환불 받은 피해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한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PG사에 환불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 대한 선제적 보호를 위해 환불하기로 결정한 것일 뿐”이라며 “자체 기준을 충족한 일부 고객에게는 환불 처리를 했다. 요청 건수가 많다 보니 시간이 오래 소요됐고, 지금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0.75% 변제금 받은 피해자들, 뒤늦게 소송 고려
티몬은 올해 7월 11일부터 회생 채권 변제 작업을 시작했다. 티몬의 전체 채권 규모는 약 1조 2000억 원으로, 채권변제율은 0.75%에 불과하다. 즉 피해 금액이 100만 원인 소비자가 돌려받는 금액은 7500원에 그친다. 티몬 측은 현재 변제 대상 90% 이상에 지급을 끝낸 상황이라고 밝혔다.
변제금을 받은 소비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소비자는 “150만 원가량 피해를 봤는데 변제 받은 금액이 1만 1000원이다. 이 금액으로 보상이 끝난 게 정말 맞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변제금이라고 지급해 놓고 책임을 다한 척하는 태도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도 이어가고 있다. 여행, 숙박, 항공 관련 환불 거부를 당한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의 도움을 받아 여행사와 PG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에 나선 피해자는 약 3800명에 달한다.
다만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21년 불거진 머지포인트 사태 당시 7200여 명의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한 후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최근에는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려는 피해자들도 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카드사에서는 환불이 될 것처럼 지금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해왔다. 그 말만 믿고 기다리면 해결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결국 환불 불가라는 결과를 받으니 허탈하다. 더 일찍 소송을 시작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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