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플레이’ 속에서 거둔 매킬로이의 빛나는 우승.”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지난 3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거둔 우승에 대한 BBC 평가다. BBC는 “매킬로이는 앞선 조 선수들이 느리게 플레이하는 과정에서도 좋은 샷을 날려 우승했다”고 4일 전했다.
최종 라운드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 15분에 시작됐다. 매킬로이는 결승 라운드를 시작한 후 무려 5시간 30분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매킬로이, 셰인 로리(아일랜드), 셉 스트라카(오스트리아)로 구성된 챔피언조는 앞 조 느린 경기 진행에 수차례 주춤거렸다. BBC는 “PGA 투어의 ‘슬로 플레이’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 왔지만, 현실적으로 제재가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다”며 “최근 잉글랜드 아마추어 대회에서 도입된 새로운 방식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잉글랜드골프협회는 지난해부터 ‘페이스 오브 플레이 스테이션(Pace of Play Stations)’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코스 내 특정 지점에서 선수들의 경기 진행 속도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세 명이 한 조로 플레이해도 라운드 시간이 4시간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골자다. 잉글랜드 골프 챔피언십 디렉터 제임스 크램프턴은 “선수들은 자신이 샷을 치는 데 걸리는 시간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특정 구간에서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 경고(일종의 ‘옐로 카드’)를 받게 된다. 이후에도 지연될 경우, 해당 조 모든 선수들에게 타수 벌칙이 적용된다. BBC는 “제도 도입 이후 실제로 벌타를 받은 선수는 없었지만, 몇몇 선수들은 체크포인트를 맞추기 위해 페어웨이를 달리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현재 DP 월드 투어(과거 유러피언 투어)와 LIV 골프는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PGA 투어는 여전히 선수들의 느린 플레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CBS 해설가 도티 페퍼는 최근 “느린 플레이는 동반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불쾌한 경험을 준다”며 “경기 속도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스포츠에 대한 존중 부족”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가지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은 최종 라운드에서 세명이 아니라 두명이 플레이하는 것이다. 잉글랜드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오전과 오후 라운드 사이에 50분 휴식 시간을 배정해 경기 흐름을 원활하게 조정했다. BBC는 “PGA 투어에서 이를 직접 도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페이스 오브 플레이 스테이션’과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경기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크램프턴 디렉터는 “우리는 선수가 루틴을 빠르게 진행하고, 전반적인 경기 속도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며 “PGA 투어에서도 이런 접근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 골프에서 ‘슬로 플레이’는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아무리 멋진 경기도 경기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감동이 반감되게 마련이다. BBC는 “골프가 조금 더 역동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기 속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제재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