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항소심 선고 재판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이번 항소심은 공소장 변경이라는 변수가 반영된 데다가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2심의 가장 큰 변수는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일부 혐의를 인정한 서울행정법원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취소 청구 소송에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과정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일부 인정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일부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있었음을 명시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소장이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재판 결과는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1심과 같이 무죄 선고를 받을 시 '뉴 삼성' 만들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위기설이 거론되는 만큼 관련 사업의 경쟁력 회복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어지는 경영 공백과 그에 따른 리스크는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 재계는 삼성 위기설이 거론되는 만큼 사법 리스크를 하루라도 털어내고 미래 대비를 위한 경영 전략을 이어가야한다고 입모아 말한다.
이 회장은 선고 기일을 앞두고 재판 준비에 여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설과 추석 연휴 기간을 활용해 현지 사업장을 점검하거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 면담을 했지만, 올해는 그 어떠한 일정도 계획하지 않았다.
지난해 설 연휴 기간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찾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항소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재판 준비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 이전까지 공식 일정은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며 "시기 상 공식 일정을 소화하거나 어딜 나갈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와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검찰이 주장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도 부당합병 의혹을 두고 민사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9월 삼성물산과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을 보유해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우선 국민연금은 5억 원대 손배소를 냈지만, 소송과정에서 피해 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