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빈자리였던 레바논의 새 대통령에 미국·프랑스 등이 지지하는 인사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내 '저항의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레바논 의회가 9일 조셉 아운(60) 육군참모총장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후 레바논 내 이란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레바논은 지난 2022년 전임 미셸 아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새 대통령을 뽑지 못하고 있다. 레바논은 과거 내전으로 대통령(마론파 기독교), 총리(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이슬람 시아파)을 각 주요 종파가 맡는 복잡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데, 정치적 내분으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대통령을 2년간 공석으로 남겨둔 상태다.
지난해 9월 이스라엘 공습을 사망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생전에 헤즈볼라의 동맹 세력 후보인 술레이만 프란지에(마론파 기독교계 정당 마라다 대표)를 지지하며 다른 후보의 선출을 막아왔다. 하지만 나스랄라 사후 프란지에와 가깝던 알아사드 대통령마저 축출되자 프란지에는 8일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아운 총장은 2017년부터 미국이 지원하는 레바논군의 사령관을 맡아왔다. 최근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레바논에 특사를 보내 아운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도 지난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규모 타격을 가한 후 레바논에 친서방 대통령 선출을 추진하면서 아운을 물밑에서 지지해왔다.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며 중동의 정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지난 7일 시리아 내 이란 병력 대부분이 철수하거나 국외로 도망갔다고 밝혔다. 시리아를 경유한 이란의 지원망이 끊어진 헤즈볼라도 사면초가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피라스 막사드 선임연구원은 X(옛 트위터)에 "최근 미국, 사우디, 프랑스, 카타르 특사의 방문으로 레바논 중도파가 아운 쪽으로 돌아섰다"며 "특사들이 '아운은 다가올 시기에 필요한 인물'이란 메시지를 레바논에 전달했을 거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레바논의 재건을 의미하는 것이며, 아운이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면 (서방의) 인도적 지원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운이 대통령에 선출되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협상안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에서 완전 철수하는 대신 레바논군과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이 해당 지역에 배치된다. 현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서로 휴전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산발적인 군사 충돌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