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무단횡단 처벌 하지 않기로…"인종차별수단 악용"

2024-10-31

미국 뉴욕시에서 무단횡단해도 처벌받지 않게 됐다. 무단횡단 단속을 경찰이 인종차별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30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뉴욕시의회는 무단횡단을 합법화하는 뉴욕시 조례를 지난 26일 발효했다. 앞서 뉴욕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시 행정규정에서 무단횡단 항목을 삭제하고 그 대신 운전자·보행자 교육을 강화하는 조례를 가결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해당 조례는 30일 만인 지난 26일 자동 발효됐다.

새 법은 횡단보도 이외 지역에서 횡단하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며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만 횡단보도 이외 지역에서 보행자가 통행권을 갖는 것은 아니며, 통행권이 있는 차량 등 다른 교통수단에 양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번 조치는 뉴욕 시민에게 관행화된 무단횡단을 법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뉴욕시는 1958년부터 무단횡단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위반 시 최대 250달러(약 34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그런데 법이 무단횡단을 억제하는데 크게 도움되지 않았던 데다, 단속 대상이 주로 흑인과 라틴계에 집중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입안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머시디즈 나르시스 시의원은 NPR에 "대부분 뉴욕시민이 일상적으로 무단횡단을 하는데 처벌을 내리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고 불필요하다"면서 "무단횡단을 금지하는 법이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어 새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뉴욕 비영리단체인 법률구조협회는 경찰이 수십 년간 무단횡단법을 주로 유색인종 주민을 심문하고 겁주기 위한 구실로 사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실제 2019년 이뤄진 무단횡단 단속 건수 361건 중 90%가 흑인 또는 라틴계였다. 올해도 무단횡단 관련 소환장의 77%가 흑인·라틴계에 발부됐다고 NPR이 전했다.

뉴욕시 외에도 최근 미국 내에선 무단횡단을 명시적으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버지니아주(州)가 2021년 경찰이 무단횡단을 단속할 수 없도록 했고, 미주리주 캔자스시티는 같은 해 무단횡단을 범죄 항목에서 삭제했다. 올해 들어서는 콜로라도주 덴버시의회가 무단횡단 단속 금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한편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은 무단횡단을 허용하면 더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뉴욕시 측은 "무단횡단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며,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유발할 경우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시 교통 당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약 200명이 무단횡단으로 사망했다. 이는 전체 보행자 사망자의 3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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