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어려운데···이주노동자는 ‘3개월 이내’ 새 직장 못 구하면 출국?

2025-02-26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A씨는 경기 포천에 있는 농업회사법인에서 돼지우리 관리를 해왔다. 지난 4일 회사로부터 갑자기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구직횟수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던 A씨는 그만둘 수 없었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한국에서 일하는 3년 동안 최대 3번까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취업활동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연장받은 뒤엔 2번까지 바꿀 수 있다.

회사는 A씨 몰래 의정부고용센터에 ‘자율합의에 의한 계약해지’라는 내용으로 고용변동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대로 확정되면 A씨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될 위기였다. 다행히 이주노조가 진정을 제기해 센터가 고용변동 사유를 ‘사업주 귀책’으로 바꿨다. 경영상에 의한 권고사직이나 임금 체불 등 사업주 귀책 사유라는 점을 입증하면 사업장 변경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A씨는 새로 구직활동 기간을 부여받았다.

A씨처럼 고용허가를 받은 이주노동자는 직장을 구할 때 네 가지 제약을 받는다. ①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 변경이 제한돼 있고 ②횟수도 정해져 있다. ③새 직장을 구할 땐 3개월 이내에 재취업해야 한다. ④수도권, 경남권, 경북·강원권, 전라·제주권, 충청권 등 자신이 처음 고용허가를 받고 일한 권역 내에서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이 지침은 지난 7일에서야 사업장 변경 신청 후 1개월 동안 알선을 못 받으면 타 비수도권으로 옮길 수 있다고 바뀌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사업장 변경 신청 후 3개월 이내에 새 직장을 구해야 하는 기간 제한이 이주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라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종료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지 못하면 출국해야 한다.

26일 민주노총 이주노조가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자료를 보면, 구직 기간을 초과한 이주노동자는 2023년 1899명에서 2024년 2805명으로 1000명가량 늘었다. 지난해 월별로 봐도 1월 193명에서 12월 371명으로 늘었다.

고용센터의 평균 알선 횟수는 2022년 25.4회에서 2023년 14회, 2024년 12.2회로 점차 줄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노동자 B씨는 구직 기간 3개월 동안 고용센터로부터 알선 문자를 19번 받았지만 업체에 연락하면 대부분 ‘사람을 구했다’거나 ‘필요없다’는 대답을 받았다. 경기 화성고용센터는 ‘구직기간이 30일 이하 남은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알선 문자를 보내겠다’는 안내장을 붙여놓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하고 남는 선택을 한다. 이주노조가 공개한 의정부이주노동자센터 상담 사례를 보면 최근 미얀마,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는 임금 2~3개월치를 받지 못했는데 3개월 내에 재취업하기 어렵다고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하지 못했다. 구직 기간 내에 취업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브로커를 통해 구직하기도 한다.

이주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구직기간 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며 “권역 제한을 폐지하고 구직 알선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많다고 단속하면서 노동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문제점을 놔두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