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의결 판단을 담은 '의결서'를 어디까지 공개할지 세부 판단 잣대를 담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합리적인 공개 범위와 절차를 정비해 공정거래 사건의 1심 판결문 역할을 하는 의결서의 공개 속도와 일관성, 예측 가능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의결서 공개 버전 가이드라인' 제정과 '의결 등의 공개에 관한 지침' 개정 작업에 착수, 올해 제·개정 완료와 내년 시행을 목표로 관련 연구용역을 올해 9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위는 공정거래법·하도급법·표시광고법·가맹사업법 등 다양한 소관 법률 위반 사건을 조사한 뒤 9명의 전원회의 또는 3명의 소회의에서 제재조치를 합의를 통해 의결한다.
다른 행정기관과 달리 공정위 의결은 1심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지닌다. 불복할 경우 1심인 행정법원이 아닌 2심인 서울고법에서 다퉈야 한다.
공정위가 준사법적 기관이고, 그 판단을 담은 의결서가 사실상 '1심 판결문'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다만 공정위 의결서는 원칙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법원 판결문과의 차이점이다.
'공개 버전'에는 제재를 받는 기업명과 혐의, 시정명령·과징금·검찰 고발 등 처분 내용이 담긴다. 개인정보는 비공개한다. 사업상 비밀은 공개하지 않거나 해당 부분만 삭제해 공개할 수 있다.
이 절차는 '의결 공개 지침'에 규정돼 있는데, 개략적인 절차만 있고 공개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이 탓에 의결서 공개 범위를 두고 공정위와 기업 사이의 줄다리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비밀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까지 무더기로 공개 제한을 일단 요청하고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사의 법령 위반 내용이 담긴 의결서를 한 줄이라도 덜 공개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부정경쟁방지법에 규정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비공개 여부를 결정하지만, 확립된 자체 명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일단 걸고 보자'는 태도로 나올 경우 이를 판별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아울러 인사이동으로 공정위 담당자가 바뀐다면, 역시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건별로 공개 수준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공정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결 공개 지침을 손보기로 했다.
한국 법원·특허심판원이나 유럽연합(EU)·미국·영국·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의 공개 과정과 영업비밀 인정 범위, 그동안 공정위의 업무 경험 등을 반영해 비공개 대상, 공개 제한 요청·결정 절차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만일 공개 제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불복할 수 있는 절차도 고안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또 개정 사항을 업무 매뉴얼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시를 담아 비공개 범위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가이드라인도 제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공개 범위와 절차를 담은 기준이 마련되면 의결서 공개의 효율성과 일관성, 기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보다 빠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결서의 공개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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