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만난 이찬진 "통할 관리 책임자로서 본연의 의무 다해야"

2025-12-10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만남에서 "그룹의 '통할 관리 책임자'로서 본연의 의무를 적극 수행해달라"고 강조했다. 지주사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불완전판매,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에도 불구, 내부통제 관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이날 다시금 강조한 것이다. 이에 지주사가 개별 자회사의 취약점을 파악해 그룹 전반의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10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자회사 단계에서 발생된 문제의 조짐을 제때 감지·견제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의 신뢰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며 "최근 ELS 불완전판매와 같은 소비자 피해나 잇따른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 사례에서 보듯이 그룹의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지주의 역할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금융지주 회장들께서 그룹의 통할적 감독에 대한 지주회사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해 지주가 개별 자회사의 취약점을 적시에 파악하고, 그룹 전반의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금융지주 '본연의 의무'를 적극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소비자보호 △지배구조 △생산적금융 △사회적책임 △정보보안 등을 금융권 개선과제로 제시하며, 행동을 주문했다.

우선 소비자보호에 대해 이 원장은 "소비자보호 실패를 '경영 리스크'가 아닌 '생존 리스크'로 인식해야 한다"며 엄중 경고했다. 그는 "금융상품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금융소비자는 더욱 쉽게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과거처럼 '일부 영업 현장의 일탈'로 치부하거나 고객 손실이 발생한 후 손해 배상만으로 일관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은 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생존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금융상품의 설계 단계부터 어떤 유형의 위험이 내재돼 있고, 어떤 고객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인지를 꼼꼼히 살펴 고객의 이해 가능성과 적합성 검증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정교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이 도입한 책무구조도에 대해서도 아직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올해 초 도입된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아직도 임원의 내부통제 활동이 형식적 점검에 그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내규나 전산시스템 구축은 미흡했다"며 "대표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갖는 중요성에 비해 실제 운영되는 책무구조도 체계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의 과정들이 금융지주 내 자회사 간 분업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그룹 내부통제의 총괄 책임자인 여러분께서 일관된 내부통제 원칙과 조직 간 소통을 토대로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 원장은 금융권이 정보보안을 경영 중점과제로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금융권의 정보보안 문제가 급부상한 까닭인데, 지주에서 'IT보안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 참여하고 자회사의 보안·사고예방 강화에 집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반복되는 (정보보안) 침해사고는 금융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훼손함과 더불어 금융회사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도 직결되고 있다"며 "더 이상 정보보안은 비용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 하에, 외형 성장에 맞는 보안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금감원은 보안 취약점에 대한 분석·평가 등 사전예방적 보안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검사시 IT 거버넌스와 보안체계의 적정성 등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고 예고했다.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지배구조 확립에 대한 노력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CEO 경영 승계는 금융지주 산하의 모든 자회사의 중장기 경영 안정성과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라며 "해당 지주그룹의 미래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안정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만큼 경영승계의 요건과 절차는 보다 명확하고, 투명해야 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갖춰야 한다"며 "내부/외부 후보간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경영 능력에 대해 강화된 검증을 통해 리더십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추천경로 다양화, 임기 차등화를 당부하는 동시에, IT보안 및 금융소비자 분야 전문가를 구성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경로 다양화와 함께 사외이사 임기 차등화 등을 통해 독립성을 갖춘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공정한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금감원은 IT 보안 및 금융소비자 분야의 대표성 있는 사외이사 1인 이상을 포함해 이사회를 구성할 것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업계, 학계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TF'를 이달 중 가동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금융권이 실물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오랜 기간 의존해 온 부동산 담보 중심의 여신 구조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금융의 자금 공급이 기술 혁신 기업,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생산적 영역으로 보다 폭 넓게 흐를 수 있도록 금융의 범위를 확장해달라"고 말했다.

또 "생산적 금융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혁신기업 사업성 심사·평가를 고도화하고, 보다 구체적인 (생산적 금융) 세부계획이 제시되고 신속한 집행이 뒤따를 수 있도록 각별히 살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도 바젤 등 국제 기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금융권의 자본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임을 약속했다.

또 신뢰 회복의 일환으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장애인 고용률(1.6%)을 언급하며,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용창출, 직무훈련 등은 여전히 충분치 않고, 실제 지원을 받는 데까지 높은 문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의 회복력을 높이고 금융에 대한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상생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도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 '상생금융지수' 등을 도입해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평가하고, 결과에 대해 소통함으로써 경영 문화로의 정착을 유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주문에 대해 금융권에서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주단을 대표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지주회사가 우리 경제와 금융의 핵심축 역할을 수행 중인 만큼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신뢰를 공고히 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 등에 공감하며 금융감독 정책 방향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 회장은 "금융지주회사 CEO들은 금융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의 중요성과 사회 안전망으로서 금융회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보이스피싱, 개인정보 보안, 금융사고 예방 등 소비자보호 관련 사항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그룹 차원의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미래성장산업, 지역경제 등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공급 확대 등에 대해서도 금융지주사로서 책임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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