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위험' 핑계 상용보험 철수
페어 플랜 가입자 두배로 늘어
"보상기준 지나치게 엄격" 원성
가주 정부가 지원하는 ‘페어 플랜(Fair Plan)’에 가입한 LA 산불 피해자들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지체되면서 주민들이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페어 플랜은 기존 상용 보험을 구입하기 힘든 경우 주택, 상업 건물, 지진 보험 등에서 기본적인 커버리지를 보장하는 주정부 주도의 보험 플랜이다.
지난해 LA 팰리세이즈 산불로 집을 잃은 한 여성은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자신의 보험이 이미 해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보험사 측은 화재 직후 혼란 속에서 월 보험료 납부가 누락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끝에 그는 ‘페어 플랜’으로부터 소유 주택이 화재 발생 당시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는 결론을 받아냈고, 112만5000달러 보장액의 절반인 56만2500달러를 선지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추적 번호 없이 보낸 수표가 우편에서 분실된 것이다. 소비자 보호 단체와 주택 소유자들은 ‘페어 플랜’의 보험금 지연, 서비스 부실, 연기 피해 보상 거부 등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본래 ‘페어 플랜’은 민간 보험사들이 위험 부담이 크다며 거절한 지역 주민을 위한 최후의 보험제도로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스테이트팜 등 주요 보험사들이 산불 위험을 이유로 대규모 계약 해지에 나서면서, 페어 플랜의 가입자는 불과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손해배상 노출액은 세 배로 확대됐다.
2024년 9월 기준, LA 산불 피해 지역에서 약 5만 가구 이상이 페어 플랜에 의존하고 있다.
페어 플랜의 가장 큰 문제는 연기 및 독성물질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점이다.
법률 대리인 딜런 셰이퍼는 “페어 플랜은 타 보험사보다 훨씬 엄격하게, 가시적인 변색이나 변형 등 ‘영구적 손상’만을 보상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팰리세이즈에 거주하는 일부 피해자들은 납·비소·크롬·바륨 등 독성물질 오염 검사비 및 정화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가입자는 “연기 피해는 자가 청소하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선셋 메사 거주자인 밥 홀로한은 내부 연기 피해 복구 견적만 7만5000~11만5000달러에 달했지만, 보험사에서는 일부 항목만을 보상해준다고 통보했다. 그는 “전화도 안 받고, 이메일도 답이 없다”며 “화재보다 보험이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보상 한도도 문제다. 페어 플랜은 주택 재건, 생활비, 가재도구 보상을 포함해 최대 300만 달러까지만 보장한다. 하지만 팰리세이즈 등 고급 주택가의 피해자들은 이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화재로 주택을 잃은 주얼즈 판은 “이전 스테이트팜 보험이 1400만 달러까지 보장했지만, 페어 플랜에서는 가재도구 피해에 고작 15만3000달러만 받았다”며 “살던 집 근처의 고가 임대 주택 비용조차 감당이 안 된다”고 전했다.
심지어 그가 받은 99만7500달러 수표도 우편에서 분실돼, 재발급까지 9주 이상 걸렸다.
소비자 옹호 단체 ‘유나이티드 폴리시홀더스’의 에이미 바흐 대표는 “‘최후의 보험’이 이제는 사실상 ‘대부분을 책임지는 보험’이 되어버렸다”며 “시스템 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확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주 보험국은 최근 지침을 통해 “연기 피해에 대한 보험금 거부는 반드시 현장 조사를 거친 후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재난에 이은 또다른 재난”이라고 페어 플랜을 꼬집고 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