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트레커스
‘겨울이라도 좋아.’ 겨울에도 걷기 좋은 섬 길을 연재합니다. 배로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섬,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편한 길, 겨울에도 푸른 숲이 있는 곳입니다. 봄을 먼저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글 싣는 순서
① 통영 추도 숲길
② 신안 도초도 팽나무 십리길
③ 강화 볼음도 나들길
④ 통영 연대·만지도 지겟길
인천 강화 섬에서 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볼음도는 ‘섬 길’을 즐겨 찾는 트레커에게도 생소한 섬이다. 북방한계선(NLL)이 시작되는 서해 최북단 섬 중 하나이면서 북녘땅 황해도 연안군과 불과 7㎞ 떨어진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다. 하지만, 연평도·백령도만큼 머나먼 섬은 아니다. 강화 선수항에서 배로 1시간이면 닿는다. 차와 배를 타는 시간을 합해도 서울 도심에서 2~3시간 거리다. 섬을 한 바퀴 도는 해안 길 12㎞는 나무 데크 등이 없는 자연의 길로 고요한 숲, 갯벌, 백사장을 따라 걷는다. 외딴 섬이지만 한나절이면 접근할 수 있어 하루 걷기 일정으로 제격이다.
![](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7954b9e3-86fe-4eb2-a7aa-64fac401fde7.jpg)
볼음도 이름의 내력이 흥미롭다. 조선 후기 이름난 무장 중 한 명인 임경업(1594~1646) 장군이 명나라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이 섬으로 피신했는데, 그때 섬에서 아름다운 보름달을 봤다고 해서 오랫동안 ‘보름도’로 불렸다 한다. 지금의 볼음도(乶音島)는 ‘보름달 섬’을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것이다. 친명반청을 고수하다 인조(1595~1649년)에게 죽임을 당한 임경업은 그 때문인지 죽어서 신으로 추앙받는다. 경기도와 서해안 지역에서 활동한 만신 중 그를 신으로 섬기는 이들이 많았고, 연평도엔 그를 모시는 사당이 있다. 지금도 서해안 지역 풍어제에서 신령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기자가 섬에 들어간 지난달 23일은 ‘섣달 24일’이라 보름달은 없었다.
섬으로 가는 관문, 강화군 선수항에 도착하니 해병대 복장을 한 군인이 눈에 띄었다. 볼음도는 해군과 해병대가 함께 주둔하는 군사 요충지다. 그래선지 배를 타기 전 무장한 군인이 승선하는 이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섬의 주민은 200명 남짓이라 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