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0.77%P 내린 4.55% '업계 최저'
5대 은행들 중 최고 성장률 '태풍의 눈'
'명가 부활' 선언 후 가시적 성과 '주목'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금리가 올해 들어서만 1%포인트(p) 가까이 낮아지며 은행권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저렴해진 이자를 무기로 우리은행은 최근 기업대출 시장에서 5대 은행들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기업금융의 최강자로 군림하다가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내줬던 우리은행이 명가 부활을 선언한 후 빠르게 성과가 나오는 가운데, 결국 저렴한 금리로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며 절치부심이 통하는 모습이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특수 국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은행들의 기업대출 금리는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5.08%로 지난해 12월보다 0.54%p 하락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이자율이 4.55%로 같은 기간 대비 0.77%p나 낮아지며 최저를 기록했다. 이어 한국씨티은행이 4.63%로, IBK기업은행이 4.71%로 각각 0.25%p와 0.63%p씩 떨어지며 해당 수치가 낮은 편이었다. 이밖에 ▲KB국민·NH농협은행(4.80%) ▲SC제일은행(4.84%) ▲신한은행(4.88%) 등의 기업대출 금리가 5%를 밑돌았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우리은행 기업대출의 이자율 경쟁력은 딱히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경쟁 상대인 5대 은행으로 좁혀 보면 지난해 12월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5.32%로, 농협(4.93%)·신한(5.31%)은행보다는 높고, 하나(5.37%)·국민(5.43%)은행에 비해 낮은 정도였다.
금리를 낮춘 효과는 확실했다. 우리은행이 확보한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52조220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9% 증가율이다. 5대 은행들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기업대출이 651조577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실제로 은행별로 봐도 우리은행 기업대출의 성장세가 가장 가팔랐다. 신한은행이 170조8137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70조4475억원으로 각각 13.8%와 12.9%씩 기업대출이 늘었다. 국민은행은 172조4404억원으로, 농협은행은 137조7759억원으로 각각 7.3%와 4.8%씩 기업대출이 증가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강화 의지를 분명히 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흐름이란 점에서 이같은 변화에는 더욱 시선이 쏠린다. 전략적 선택의 약발이 먹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2023년 7월 취임 일성으로 기업금융의 명가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기업과 동반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소기업 특화채널을 신설해 지원을 강화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사실 10여년 전으로만 시간을 돌려 보면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서 누구보다 두각을 드러내 온 곳이었다. 2010년 말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73조2194억원의 기업 대출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당시 나머지 은행들의 해당 금액은 ▲국민은행 71조5042억원 ▲신한은행 63조5128억원 ▲하나은행 62조2366억원 등으로 우리은행에 미치지 못했다.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리은행의 배경에 남겨진 기업금융의 발자취는 한층 뚜렷해진다. 옛 전신 중 하나인 한일은행 시절부터 삼성그룹과 포스코 등과 주거래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커온 역사는 우리은행의 성장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일화다. 아울러 보다 오래 된 기억인 조선상업은행 시절부터 우리은행은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서울특별시청과 산하 구청들의 금고 은행이기도 했다.
예전에 비해 다소 힘이 빠졌다고 해도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내공은 지금도 우리은행의 버팀목이다. 금융감독원은 해마다 주채무 계열별 주채권 은행이란 이름으로 재벌 대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을 발표하는데, 올해 역시 우리은행이 36개 그룹 중 11개를 마크하며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KDB산업은행(9개) ▲신한은행(8개) ▲하나은행(5개) ▲국민은행(3개) 등 순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역시 금리"라며 "우리은행의 경우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만큼, 저렴한 이자만 받쳐 준다면 관련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