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그 시작은 10파운드[골프 트리비아]

2024-10-17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올해 코스에서만 6222만 8357달러(약 83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시즌 7승을 거두며 상금으로만 2922만 8357달러를 벌었고, 정규 시즌을 마친 뒤 페덱스컵 랭킹 1위에게 주는 보너스로 800만 달러, 페덱스컵 최종 우승 보너스로 2500만 달러를 추가했다. 셰플러는 보너스를 제외한 통산 상금에서는 7179만 3586달러를 기록 중이다. PGA 투어에 데뷔한 2020년부터 불과 5년 만에 5위로 올라선 것. 그 동안 해마다 1435만 8717달러를 번 셈이다.

프로골프의 수입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PGA 투어에서 82승을 기록 중인 우즈는 통산 상금에서도 압도적인 1위다. 그동안 1억 2099만 9166달러(약 1600억 원)의 상금을 쌓았다. 1억 달러 돌파는 우즈가 유일하다.

PGA 투어에서 우즈 다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설 후보로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셰플러가 꼽힌다. 필 미컬슨(미국)이 역대 상금 2위(9668만5635달러)에 올라 있지만 LIV 골프로 이적한 데다 올해는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까지 한 터라 1억 달러 돌파가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매킬로이는 통산 상금 9098만 9348달러로 이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매킬로이는 올해에도 1089만 3790달러를 벌었다.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매킬로이는 내년쯤 ‘1억 달러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셰플러도 내년에 올해와 같은 기세를 이어간다면 단숨에 1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내년에는 둘 중 누가 먼저 1억 달러 고지에 오를 것인지도 관심사다.

PGA 투어에서 올 시즌 상금으로만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챙긴 선수는 셰플러, 잰더 쇼플리(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윈덤 클라크(미국), 그리고 매킬로이까지 5명이다. 500만 달러 이상을 번 선수는 23명, 100만 달러를 넘긴 선수는 118명이나 된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가 612만 2325달러(12위)로 가장 많이 벌었고 안병훈 587만 1643달러(15위), 김시우 426만 683달러(33위), 김주형은 412만 4968달러(35위)의 상금을 챙겼다.

골프대회가 처음부터 막대한 상금을 걸고 열렸던 건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디 오픈이 처음 열린 1860년에는 상금이 없었다. 당시 우승자에게는 모로코산 가죽으로 만든 커다란 챌린지벨트만 주어졌다. 이 벨트의 버클 부분은 은으로 장식돼 있었는데 당시 25파운드의 가치가 있었다.

초창기 디 오픈이 상금 없이 치러진 건 대회의 탄생 배경과 관련이 있다. 당시 스코틀랜드 최고의 골퍼는 앨런 로버트슨이었다. 그는 공식적으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챔피언 골퍼’로 여겨졌다. 그랬던 그가 1859년 44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러자 공석이 된 챔피언 골퍼를 가리기 위해 여러 명이 대결을 펼치기로 했으니 그게 바로 디 오픈이다. 지금도 디 오픈 시상식에서는 우승자를 ‘올해의 챔피언 골퍼(The Champion Golfer of the Year)’라 부른다.

디 오픈이 상금을 내건 건 1863년에 열린 4회 대회 때부터다. 총상금은 10파운드.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약 1575파운드(약 280만 원)다. 그리 큰돈은 아니다. 그마저도 2~4위 선수가 나눠 가졌다. 우승자는 챔피언 골퍼라는 명예와 25파운드짜리 챌린지벨트(더구나 다음 대회 때 반납해야 했음)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자가 불만을 제기했던 걸까, 이듬해인 1864년에는 총상금을 15파운드로 늘리고 우승자에게도 6파운드의 상금을 줬다.

10파운드로 시작한 디 오픈은 32년 만인 1892년 총상금 100파운드를 돌파했고, 1946년에는 1000파운드, 1965년 1만 파운드, 1977년 10만 파운드, 1993년 100만 파운드, 2018년에는 1000만 달러(2017년부터 달러로 표기)를 넘어서는 등 급격히 상금 규모를 키워왔다. 올해 총상금은 1700만 달러(약 227억 원)였다. 올해 PGA 투어 대회 중 가장 많은 돈이 걸린 대회는 2500만 달러(약 333억 원)가 걸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었다.

지금은 ‘쩐의 전쟁’이 된 프로골프 대회의 시작을 알린 디 오픈이 첫 티샷을 날린 게 144년 전인 1860년의 10월 1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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