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라운지] 아시아나에 2500억 안긴 화우 'M&A 소송 바이블' 만들어

2025-03-16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 인수 계약을 맺은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게 받은 계약금 2500억원은 계약이 파기됐더라도 아시아나항공 몫이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4년 4개월이 걸린 이 오랜 분쟁에서 아시아나의 승리를 이끈 주역은 법무법인 화우의 기업소송 전담 변호사들이다. 인수합병(M&A)에서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계약법의 기본 원칙을 판례로 증명하면서 법조계는 물론 투자업계의 이목도 집중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과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 매매 계약을 맺고, 계약금 2500억원을 받은 건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HDC현산 측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고 판단해 계약 이행을 거부했다. 또 나머지 인수 대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HDC현산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계약 해제 통보를 하고,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화우는 김권회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0기), 유승룡 대표변호사(22기), 시진국 변호사(32기), 박영수 변호사(38기), 박현우 변호사(변호사시험 9회) 등 기업 소송에 잔뼈가 굵은 변호사를 총투입했다.

화우가 재판 과정에서 가장 주력한 건 두 가지다. 우선 방대한 서류·증거 분석을 통해 HDC현산이 변심한 부분을 지적했다. 인수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 항공의 가치가 추락한 것이 아니라 매수인인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꺾였다는 것이다. 특히 계약을 체결할 경우 특수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계약법의 기본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영수 변호사는 “계약이 무산되면 다른 기업에 팔면 되지 하는 논의가 아니라 M&A가 추진될 때 아시아나항공 정상화가 매우 중요했다”며 “때문에 계약 내용 자체도 계약의 구속력을 강화하는 취지로 많이 작성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무법인 세종과의 협업도 좋은 시너지를 냈다. 양측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재판에 임했다. 화우의 유승룡 대표 변호사와 세종의 강신섭 대표 변호사가 중심을 잡고, 불협화음 없이 서로 유기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또 1심부터 상고심까지 매 재판마다 직접 변호사들이 참석해 결과를 확인하는 등 해당 사건에 열의를 보였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진술 및 보장 위반, 확약 위반, 선행조건 미충족 등 M&A 상의 다양한 쟁점들이 총망라된 바이블 같은 사건이었다”며 “동일한 논리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사건에 이번 판결이 시금석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소송 시작 때에는 비판적으로 사실관계를 바라보면서 중립적 자세를 취했다“면서 “소송이 길어지면서, 저희에게 불리한 상황이 있을 때는 그 부분을 무시하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4년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호를 맡아 소송 당사자가 된 기분이 들 정도로 사건에 동화돼 혹시 모를 실수나 지나친 부분이 없는 지까지 철저히 챙겨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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