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백악관에 입성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두 차례나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지난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 유세 도중 괴한이 쏜 총탄이 오른쪽 귀를 스쳐 기적적으로 살았고, 약 2개월 뒤에도 플로리다주 팜비치 골프장에서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잇따라 암살 위기를 겪으며 누구보다 안전에 민감할 트럼프이지만 정작 그를 보호할 미국 비밀경호국(USSS)은 베테랑이 떠나고 미숙한 인력이 대부분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의 USSS는 대통령 등 요인과 그 가족의 경호를 맡는다. 한국의 대통령 경호처와 같은 기능을 한다. WP에 따르면 USSS에서 11~15년 경력의 경호원은 10년 전만 해도 전체의 33%였지만 지금은 8%로 줄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이전부터 이런 '경고음'은 울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2009~2017년) 시절, USSS는 대통령 경호에서 허점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2014년 백악관과 의회는 "경호 서비스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특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가 담긴 보고서에는 주요 문제점과 제안이 담겼다.
그러나 USSS는 문제를 바로 잡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훈련이다. 대통령을 보호하는 경호요원들은 근무 시간의 25%를 훈련 등 자기 계발에 투자해야 한다. 훈련이 원활한 업무 성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해당 권고가 나온 이후에도, 경호원들은 매년 근무시간의 3~7%만 훈련에 썼다.
WP는 "일상 훈련을 위해 요원을 둘 만큼 직원을 고용하긴 어려웠다"며 "그 결과 각자 맡아야 할 임무량만 증가해서 번아웃과 사기 저하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경호 관계자들은 WP에 "휴가를 낼 수 없었던 게 번아웃 원인 중 하나였다"며 "USSS는 미 연방 정부 내에서 일하기 가장 나쁜 곳 중 하나로 평가됐다"고 토로했다. 급기야 이들의 퇴사를 막기 위해 2만5000달러(약 3680만원)의 '유지금'을 줬지만, 금전적 보상만으론 베테랑들을 붙잡아 둘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베테랑 경호원들이 대거 이탈했고, USSS는 경험이 부족한 요원에게 의존하게 됐는데 해가 갈수록 사정은 더 악화되고 있다. 2015년만 해도 근무 경력이 5년 이하인 신입 요원이 전체의 13%였는데, 지난해 말엔 40%까지 늘었다.
경호원 수 자체도 줄었다. USSS는 전체 인력을 2021년 7896명에서 2025년까지 9595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세웠지만, 이직률이 워낙 높다 보니 실제 인력은 최근 7700명으로 되레 줄었다.
비영리기관인 '공공 서비스를 위한 파트너십'의 맥스 스티어 회장은 "개혁과 증원이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은 번아웃됐고 자연스럽게 중견 요원이 대거 떠났다"며 "사기가 낮으면 재능 있는 사람들이 나가고 많은 사람이 떠나면 사기가 더 떨어진다"고 신문에 말했다.
WP에 따르면 이제 트럼프는 과거 10년 전에 이미 제안됐고, 이번 버틀러 총격 미수 사건 이후 부각된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를 취임 직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에선 "외부인을 고용해 USSS를 이끌도록 하라"는 제안이 담겼다. 한마디로 대통령 경호를 사설화할 수도 있단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