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상 춘분을 하루 앞둔 19일. 점심을 먹고 서울 청계천을 걸었다. 이미 봄이 왔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코끝에 닿는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응달에는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고 하얗게 쌓여 있었다. 손을 뻗으면 금세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불쑥 찾아온 꽃샘추위에 봄이 뒷걸음질을 쳤다.

오후 1시. 청계천을 따라 걷던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서둘러 일터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노랗게 핀 산수유꽃 앞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전태일 다리 앞을 지날 때 갑자기 바람이 거세졌다. 버드나무 잔가지들이 그 바람에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바람이 그치자 요동치던 가지가 차분해졌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여린 가지에 연둣빛 새순이 돋고 있었다. 꿈틀거리며 솟구치는 봄의 기운을 찬바람도 막지 못했다.
그렇게 봄은 산책을 마치고 일터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