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영국의 풍경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는 빛과 색채의 소용돌이로 자연의 드라마를 그린 ‘빛의 화가’다. 폭풍우 치는 바다와 안개 낀 산의 윤곽선을 지우되 그 위를 지나는 빛과 대기를 포착함으로써 위대한 자연이 주는 숭고함을 화폭에 펼쳤다. 풍경화를 예술의 정점으로 끌어 올린 동시에 반세기 후 등장할 인상주의와 20세기 추상화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 선구자다. 영국 최고 권위 현대미술상인 ‘터너 상’이 그의 이름을 기리고 20파운드 지폐에 얼굴과 작품이 새겨지는 등 대영제국의 문화적 자긍심을 상징하는 인물로도 꼽힌다.
이런 터너의 핵심 판화 연작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경북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국내 최초로 열린다. 영국 맨체스터대 휘트워스미술관과 협력한 터너 탄생 250주년 기념 전시 ‘터너 : 빛과 그림자 속에서’에서는 휘트워스가 소장한 터너의 수채화 컬렉션과 유화 및 판화 등 총 86점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특히 터너 판화 세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리베르 스투디오룸’ 전작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라틴어로 ‘연구의 책’을 뜻하는 ‘리베르 스투디오룸’은 터너의 전성기로 여겨지는 1807~1819년 작업하고 인쇄한 71점의 판화가 수록된 작품집이다. 터너는 당시 원화 대비 열등한 매체로 여겨진 판화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판화로 자신의 예술 세계에 또 다른 지평을 열 가능성을 엿봤다. 전통 동판화 기법인 메조틴트가 풍경 표현에 적합하다고 확신해 실력 있는 젊은 판화가들과 협력했고 71점 중 11점은 직접 동판을 새기기도 했다.
또 터너는 판화를 독립된 장르로 여겨 회화 작업만큼 진지하게 접근했다. 터너는 이 작품집을 위해 오리지널 풍경 스케치를 100점 이상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쇄된 71점의 판화 중 기존 회화 완성작을 원본으로 하는 작품은 19점에 그친다.
휘트워스미술관이 ‘리베르 스투디오룸’ 전작을 관객 앞에 선보이는 것은 1922년 이후 100여 년 만이다. 판화들은 휘트워스가 소장하고 있는 수채화 명작과 나란히 전시돼 감상의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터너의 풍경화에 담긴 고유의 색채와 대기의 표현이 판화라는 매체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비교해볼 수 있어서다. 휘트워스미술관의 터너 수채화 컬렉션은 런던을 제외하면 영국에서 가장 방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는 5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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