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산학연 AI 허브 출범…“기술 넘어 사회에 선한 영향 주는 AI 연구할 것"

2025-10-24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기술 발전에만 치우치지 않고 도덕·사회 등 인간의 가치를 함께 연구하는 ‘연세대 AI혁신연구원’이 24일 문을 열었다. 단일 AI 관련 기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AI혁신연구원은 사회·인문·경영·의료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산학연 연계 플랫폼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도덕성이나 사회적 영향에 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부족한 편”이라며 “AI가 인류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려면 기술만큼 윤리와 사회적 통찰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AI에 주목하면서도 기술의 발전에 시선이 쏠릴 뿐 사회적인 영향에 관한 연구는 다소 부족한 편이었다. 이러한 공백을 채우겠다는 게 연세대 AI혁신연구원의 설립 취지다. 기술 개발은 물론 윤리·사회·인문학의 융합까지 AI혁신연구원이 다룰 핵심 영역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연세대 AI혁신연구원은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융합 연구의 허브로 기술보다 인류에 대한 책임 의식을 중심에 두겠다”고 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일명 ‘칼잡이’로 통하는 외과 의사 출신이면서도 “인문사회적 이해가 없다면 기술은 불완전하다”고 말하는 윤 총장의 철학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AI혁신연구원을 이끌 첫 수장은 윤 총장이 맡았다. 이는 연구 허브가 뿌리내리는 과정을 임기 내에 직접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문명의 방향을 바꾸는 동력”이라면서도 “그 자체로 인류의 진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사람과 사회를 향해 따뜻하고 책임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한 따뜻한 사회를 구현하는 길에 기아가 힘을 보탰다. 연구원 설립에 250억 원을 기부한 것. 국내 대학이 AI 관련 기관을 만들면서 유치한 기부금 규모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윤 총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은 AI·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국가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을 가진 만큼 그 비전을 구체화하는 길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산업계와 정부·학계가 상시 협력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따라서 기부금을 받은 기업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윤 총장은 “관심 있는 기업과 연구자라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열어뒀다”며 “최근 공모 결과 100건이 넘는 제안이 몰릴 만큼 열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실제 연구원이 체결한 협약 역시 △삼성 멀티캠퍼스 △서울시교육청 △경희대 인문사회과학 데이터연구소 등 산학연을 아우른다.

AI 인프라 확충과 참여자 지원, 글로벌 네트워킹은 연구원의 세 가지 중심축을 이룬다. 이 과정에는 박사후연구원(포닥)뿐 아니라 학부·대학원생들까지 참여할 예정이다. 산하에 둘 6개 연구센터는 △신뢰성 있는 AI 정책·윤리 연구 △산업 기술 개발 △교육 혁신 △정밀 의료 기술 △인문사회적 통찰 등 융합 과제들을 수행하게 된다.

연구원은 교내외 AI 연구자에게 최신 사양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수집 단계에 들어간 각종 분석용 데이터들 일부도 국내 연구자들에게 개방된다. 학교 측이 약 7만 명의 환자 데이터를 익명화해 구축 중인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이 대표적 사례다.

연구원에 쏠린 다양한 기대를 반영하듯 이날 개원식에는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정부·산업계 주요 인사와 연구진 4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 콘퍼런스에서는 ‘인간과 AI의 지속 가능성’ 등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 행사를 앞두고 연구원을 찾은 윤 총장은 현장 주요 공간을 둘러보며 자율주행 안내 로봇의 설명을 들었다. 그는 “오늘의 출범은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며 “AI혁신연구원이 우리 사회의 책임과 가치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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