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 가는 건데” vs “삼일절에 굳이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25-02-28

3·1절 연휴 항공편 예약률 90%대 ‘만석’

엔저 현상에 길지 않은 연휴로 수요 늘어

“3·1절에 굳이 일본여행을 가야 하나” 비판도

“다른 때는 몰라도 3·1절 만큼은 일본에 가면 안 되죠.”

“일본의 역사적 과오는 당연히 문제지만, 여행은 여행이죠.”

올해 사흘간의 3·1절 연휴에 국내 여행객이 대거 일본으로 향한다. 길지 않은 연휴와 지속적인 엔저 흐름, 여행지 다변화 등과 맞물리며 일본 관광 수요는 지속해서 커지는 흐름이다. 다만 3·1절 연휴에 일본여행을 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은 올해도 어김없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독립운동 정신과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3·1절에 일본여행을 굳이 가야 하느냐는 주장과 역사, 관광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부딪힌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1절 당일 일본행 항공편 대부분이 만석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거의 90% 이상의 예약률을 보인 가운데 일부 노선은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 기존 대도시 여행지뿐만 아니라 구마모토 등 소도시 여행지 노선도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휴가 길지 않은 만큼 이동 시간이 짧은 데다가 엔저 현상이 이어지는 일본여행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며 “몇 년 전까지 연휴가 짧을 때 중국으로도 많이 갔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중국여행 수요가 일본으로 많이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일본여행 사랑은 유별나다. 일본 통계청 사이트의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에 간 한국인 입국자 수는 97만9042명으로 같은 시기 해외여행을 한 일본인 수(91만2325명)보다도 6만여명 많았다.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는데, 이 시기에 일본 관광객이 크게 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이 3·1절 연휴에도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3·1절이라고 해서 항공편 예약이 평시 주말보다 줄거나 늘지 않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매년 흐름을 보면 3·1절과 일본여행은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3·1절 연휴 이후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휴 기간 국내 공항을 이용한 일본 노선 이용객(출입국 합산)은 총 21만509명으로 집계됐다. 연휴 첫날인 3·1절 당일에만 7만3673명이 일본으로 향했다. 3·1절 연휴 일본 노선 이용객은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인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이전인 2019년 사흘간의 3·1절 연휴 당시(20만1467명)보다 4.5%가량 많았다.

시민 최모(33)씨는 “3·1절을 단순한 휴일로 보는 것 같아서 일본을 가는 사람들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여행을 무조건 가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3·1절 만큼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자제하는 게 후손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반면 권모(36)씨는 “시간만 맞으면 3·1절에 일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며 “평소에 일본 제품과 음식, 문화 모두 좋아하면서 3·1절에만 ‘노 재팬’을 외치는 건 이중적인 행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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