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난치성 질환, 더 갈곳 없는 환자에 최후 보루" [서울대치과병원 100주년]

2024-10-13

지난해 서울대학교치과병원에는 '당일 내원, 당일 진료'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용무(58)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내건 것이다.

지난달 27일 만난 이 원장은 이에 대해 "병원 문턱을 낮춰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언제라도 환자가 찾으면 모든 진료과의 치료를 당일에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환자들은 어렵게 진료 예약을 하고, 오래 기다려 치료를 받았다"면서 "관행적으로 굳어진 진료 문화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원장도 당일진료센터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당직을 서고 있다.

1924년 경성치과의학교 부속 의원으로 문을 연 서울대치과병원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서울대병원에서 독립법인으로 떨어져나와 독자 경영을 시작한 지 2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병원은 14일 오후 기념식을 연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은 이중적인 위치에 놓여있다. 대형 의료기관으로서 진료를 누구보다 잘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국가중앙치과병원으로서 한국의 구강보건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사회적인 책무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두 가지를 병행하다 보니 경영상 어려움이 따랐고, 안정적인 병원 운영도 쉽지 않아 혁신이 필요했다"면서 "성과와 효율을 기반으로 인사제도를 손보고 보상체계도 정비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치과병원에는 10개 세부 진료과가 있다. 턱관절 장애나 코골이, 입 냄새는 구강내과가, 잇몸 이상이나 수술은 치주과가, 구강암이나 얼굴 기형은 구강악안면외과가 보는 식이다. 이 원장은 "치과 진료 분야 발달에 따라 전문화·세분화되는건 시대적 흐름이다. 진료의 전문화는 중요하지만, 때론 비효율도 발생한다"면서 "각 전문분야 전문의가 함께 진료하는 임플란트진료센터, 원스톱협진센터 등 특수진료센터 9개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사회적 책무’도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구강 진료 분야에서 우리 병원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치과병원은 2005년부터 서울시의 장애인치과병원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해왔다. 장애인은 구강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치과 진료 특성상 환자의 협조가 중요한데, 장애인의 경우 협조를 얻기 쉽지 않다. 때에 따라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원장은 "장애인 구강 진료를 하나의 전문영역으로 발전시켰고, 이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배우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2019년 부설 장애인치과병원을 열었다. 이곳은 보건복지부 지정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로 진료뿐 아니라 전국 15개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6월까지 이곳을 찾은 누적 환자 수만 7만5817명에 달한다.

이 원장은 "돈 걱정에 치과를 찾지 못하는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 사업도 지속해서 하고 있다. 이동 치과 진료차 두 대를 동원해 거동하기 힘든 환자 등을 직접 찾아가서 진료한다"고 전했다. 저개발국을 찾아 치의학 교육, 진료 봉사 사업도 20년째 이어가고 있다. 남미부터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이 주 무대다.

이 원장은 "구강암, 선천성 악안면 기형 같은 난치성 구강질환 진료도 우리 병원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진료는 복잡하지만 수익이 안 나서 민간 병원에선 잘 다루지 않는다. 그는 "경영 측면에선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병원이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더는 갈 곳이 없는 환자들에 대해 마지막까지 책임 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