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대학병원·개원가까지 ‘AI 치과 뉴노멀’ 도래

2025-12-03

인공지능(AI)은 이미 치과 진료 현장을 움직이는 현실이 됐다. AI는 예약·상담·진료·경영 분석까지 진료 전후 모든 과정에 업무의 일부를 대신하거나 정교한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확산 속도만큼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본지는 창간 59주년을 맞아 ‘AI 물결 속 치과계 현재와 미래’ 특집 기획을 통해 실제 치과 진료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AI가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를 종합적으로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진단·보철·상담·경영까지 전 과정 스며들었다

진료 빈도, 환자군 비중, 매출 구조 등 데이터화 경영 도우미

증상·통증 등 자동 차팅 키보드 없이 환자 보며 설명 큰 변화

오전 10시, 포항의 한 상가 건물 3~4층에 자리한 치과.

대기실에는 요란한 전화벨 소리 대신 온라인 예약 알림이 연달아 뜬다.

이어 카카오 채널, 네이버와 연동된 AI 기반 예약 시스템이 24시간 자동 응답을 통해 환자의 예약 패턴을 분석하고, 과거 방문 기록·치료 소요시간·환자군별 평균 대기시간 등을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시간대를 추천한다.

환자들의 리뷰 데이터도 운영 지표로 활용된다. AI 시스템은 특정 시간대의 민원 증가, 특정 스탭에게 문의가 몰리는 패턴, 대기시간 증가 등을 감지해 이후 예약 배치에 자동으로 반영한다.

또 카카오 채널 챗봇은 위치·비용·진료 가능 시간 같은 기본 문의를 자동으로 처리해 스탭의 전화 응대 시간을 크게 줄인다. 상담실의 실제 업무는 줄어든 전화 대신, AI가 미리 정리해 놓은 예약 정보와 환자 메모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재편된다.

이처럼 AI가 바꾼 일상은 환자가 내원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이미 시작되는 중이다.

이재윤 원장(신세계치과)은 “요즘 환자들은 전화보다 온라인 예약을 선호한다”며 “AI가 시간대별 난이도와 대기 분산을 계산해 추천하기 때문에 환자 흐름이 자연스럽게 분배된다”고 말했다.

# 치아 마진 자동 인식, 크라운 초안 생성

AI의 체감 변화는 진료실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AI 기반 파노라마 분석 프로그램은 병변, 치조골 변화, 임플란트 위험 신호를 자동으로 감지해 수치화한다. 한 치과위생사는 “육안으로 놓칠 수 있는 미세 변화가 표시돼 상담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AI가 임상 워크플로우(workflow)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스캔 직후 보철 디자인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AI는 스캔 데이터가 컴퓨터에 업로드되자 자동으로 치아 마진을 인식하고, 교합 관계를 계산해 46번 크라운의 초안을 생성해낸다.

원장은 교합점과 바이트 높이를 확인하며 미세 조정만 더하면 돼 손으로 마진을 일일이 긁던 기존 과정과는 속도 자체가 비교되지 않는다.

이 원장은 “예전에는 마진을 손으로 모두 긁고 교합점을 맞추려면 20~30분이 걸렸는데, AI는 5분이면 기본 형태를 제안한다”며 “AI가 잡은 바이트가 가끔 높거나 낮은 경우만 수기로 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성된 보철 디자인 파일은 즉시 3D

프린터와 밀링기 3대가 준비된 병원 4층 출력실로 전송되고, 원내 서버·3D 프린터와 연결된 시스템은 지체 없이 출력 작업에 들어간다.

스캔·설계·출력까지 이어지는 워크플로우가 이렇게 디지털 직렬 구조로 바뀌면서, 과거 하루 이상 걸리던 프로세스 상당수가 ‘원데이(single-day)’ 형태로 재편된다. 지르코니아 등 고강도 소재는 외부 기공소에서 제작하지만, 단일 보철·응급 보철은 대부분 원내에서 해결되는 구조다. 한 기공 스탭은 “급한 싱글 크라

운 같은 경우는 당일 바로 장착까지 한다”고 말했다.

3D 프린터에서 출력된 임시치아도 약 7분 만에 손에 들 수 있다. 임시치아를 기공소에 의뢰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시간 단축이다. 후처리 공정도 크게 줄어 스탭의 노동 강도가 최소 20% 이상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체어타임 운영도 훨씬 유연해지면서 예약 관리에도 여유가 생겼고, 스케줄 압박이나 인력 부담도 줄었다는 것이 스탭들의 체감이다.

# 병원 경영·행정에도 영향력 넓혀

AI는 상담실에서도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환자와의 대화는 녹음 즉시 텍스트로 변환되고, 요약 기능은 몇 초 만에 주요 내용을 구조화해 상담 기록으로 정리된다. 환자의 표현, 의사의 판단, 상담 목표가 표준화된 문장으로 저장되기에 상담 누락 가능성은 낮아지고, 의료 분쟁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 원장은 “녹음과 요약본을 함께 보면 상담 내용을 객관적으로 되짚을 수 있어 환자와의 신뢰 형성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치료 전후 사진을 AI가 자동 편집해 환자별 브리핑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기능도 확인할 수 있다. 뒤에서 앞으로 이동하는 애니메이션 위에 치주 상태의 변화나 치아 색조의 개선이 간단한 텍스트와 함께 표시되면서 환자의 이해를 돕는다. 상담의 핵심이 설명에서 시각화로 이동하는 것이다.

AI는 병원의 경영과 행정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진료 항목별 빈도, 환자군 비중, 매출 구조, 스탭의 응대 속도, 예약 처리 패턴, 보철 재제작률 등 다양한 지표가 AI 기반 분석 시스템에서 대시보드 형태로 자동으로 정리된다.

이 원장은 “인사평가가 감정이나 인상에 기대지 않고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면 직원들도 공정하다고 느낀다”며 “AI는 진료와 경영을 잇는 분석 파트너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노션(Notion) 기반 매뉴얼 시스템은 신입 직원의 인수인계를 표준화하고, 소모품 재고는 자동 알림 기능으로 관리된다.

예약 전화를 자동으로 발신해 상담을 대신하는 콜봇(CallBot)은 아직 테스트 단계지만, 상담 내용이 자동 기록된다는 점에서 스탭의 부담을 덜어준다. 블로그·인스타그램 등 홍보 채널은 AI가 문안과 이미지를 조합해 자동 생성하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다국어 안내 영상도 자막과 음성을 자동 변환해준다.

# 대학병원에서도 일상된 AI

개원가는 물론 대학병원에서도 ‘기록 방식’에서 AI를 통한 변화가 뚜렷하다.

“47번 부위에서 온도 자극 민감 반응 보이십니다. 씹을 때 통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고 하시네요.”

오전 9시, 고대안암병원 치과 외래. 송인석 교수(고대안암병원 구강악안면외과)가 환자에게 말하듯 짧게 설명을 이어가는 동안, 그의 말은 별도의 입력 없이 모니터에서 텍스트로 실시간 변환돼 재구성된다.

송 교수가 설명하는 증상·통증 양상·용어가 문장 단위로 요약돼 구조화되고, 중요한 키워드는 자동으로 분류돼 차팅 항목으로 들어간다. 특히 키보드 없이 환자를 바라보며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송 교수는 “진료 후 인턴·레지던트에게 복기하는 방식은 기억 의존도가 높아 오류 가능성이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실시간 기록은 진료 중 환자와의 상호작용을 방해하지 않아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 “중요한 건 사람이 책임”

AI는 이미 치과계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진료 기록의 방식을 바꾸고, 개원가에서는 예약·보철·상담·경영 전반에 확장해 치과의 임상·경영 구조 전반을 재편 중이다.

일부 개원가에서는 AI로 3차원 CBCT 영상의 골격을 자동으로 분석하거나, 구강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명교정 장치 제작을 위해 필요한 치아 배열 정보를 정리해주는 툴도 이미 활용되고 있다.

다만 AI 기술이 모두에게 만족스럽고 친숙한 것은 아니다. 고령 환자들의 거부감과 인식 전환은 해결 과제였고, 상담 녹음 고지나 데이터 처리에 대한 명확한 안내 역시 필요하다. 또 병원 EMR 등과의 완전 연동, 음성 인식의 세부 정확도, 개인정보 보호 등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AI 도입이 깊어질수록 윤리·보안에 대한 새 기준 역시 병행돼야 한다는 사실도 현장은 분명히 얘기한다.

송 교수는 “AI가 만들어내는 내용은 반드시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며 “기술에 대한 기대도 좋지만, 점진적인 검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치과계가 마주할 과제는 변화된 구조 속에서 어떤 판단과 철학으로 AI를 대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재윤 원장은 “AI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새 기술을 쓰다 보면 당연히 시행착오는 생기지만 그 과정 자체가 배움이다. 치과 경영이든 임상이든 정답만 따라가는 길은 없다. 부딪히면서 쌓아가는 것”이라며 “AI는 우리를 돕는 실질적 도구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결국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인석 교수는 “AI는 영상 진단부터 보철, 수술, 상담까지 치과 전 영역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대학에서 파이어니어한 연구로 기반을 만들고 기업이 인허가를 통해 상품화하면 임상 현장에서는 이를 점진적으로 검증하면서 써보는 흐름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