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향기 쏟아지는 쥐똥나무
오월을 지나다가 소낙비를 만났다
둘러맨 가방 내려안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니
뒤쫓아 온 바람이 비를 후려치는
섬뜩함에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수직으로 빗금으로 단호하게 내리퍼붓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쪼그리고 앉아
떨고 있는데 익숙한 발소리,
자식들 허기에 발목 잡혀 언제나
당신은 뒷전이었던 그 동동걸음이었다
아, 엄마
우산 속 품에 안겨드니 쥐똥나무 진한 향기
눈물밖에 더 날 것 없던 그해 여름,
소낙비와 소낙비 사이에서
멍때리며 빗줄기를 바라보노라니
비가 몰고 온 생각들 속에서 만난
오래된 그리움
엄마 생각에 오늘 또 ‘울컥’이다
◇박주영=1995년 <심상> 으로 등단. 시집으로 『문득, 그가 없다』 『꿈꾸는 적막』 한국시인협회및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수성문협회원.
<해설> 아주 오래전에도 쥐똥나무는 있었고 소낙비가 있었다. 현재도 시인 곁엔 쥐똥나무가 있고 소낙비가 있다. 시각적인 두 매개물 가운데 시공을 넘나드는 것이 향기라는 것을, 이 시는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쩌면 후각일 수도 있다. 섬뜩함에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던 어린 시절 나에게 달려와 준 엄마의 향기와 일치되는 그 쥐똥나무 냄새는 눈물밖에 더 날 것이 없던 그해 여름의 냄새이지만 지금 시인은 빗줄기 속에서. 엄마 생각에 오늘 또 ‘울컥’이다. 그러니까 오래된 그리움을 운반해준 것은 쥐똥나무인 셈이다. 결국 모든 세상의 시는 울컥하는 그 순간을 그대로 옮겨적는 것 아닐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