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부 이모(61)씨는 지난 3월 서울에서 인천 송도로 이사하면서 제습기 한 대를 장만했다. 이씨는 “처음 사보는 기기라 긴가민가했는데 요즘 사용량을 보면 38만원(제품 가격)이 하나도 안 아깝다”며 “에어컨은 껐다켰다 하지만 제습기는 상시 틀고 있다”고 말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 더위에 이어 시간당 10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고온다습 동남아형 기후가 나타나면서, 선풍기·에어컨 외에 실내 습도 조절과 위생을 관리할 수 있는 가전 구매가 늘고 있다.
제습기가 대표적이다. ‘가전 투톱’ 기업들의 상반기(1~6월) 제습기 판매량을 보면 삼성전자는 1년 전보다 99%, LG전자는 50% 상승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에어컨에 탑재된 기본 제습 기능만으로 실내 습도 조절을 할 만했는데, 요즘은 습도가 워낙 높다 보니 제습기를 따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후 제습기 신제품 출시를 중단했다가 2022년부터 재개했다.
얼음정수기 판매도 호황이다. 올해 2분기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소비자 3명 중 1명이 일반정수기 대신 얼음정수기를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사이즈도 다양해졌다. 쿠쿠의 초소형 얼음정수기 ‘제로 100 슬림’은 4~5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37% 증가했다. LG전자도 지난해 얼음정수기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는 세균 번식과 악취를 부추긴다. 음식물처리기(음처기)와 식기세척기(식세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가전업체 미닉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음처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3배, 식세기는 2배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 출시한 전자동 음처기 ‘더 플렌더 프로’는 지난 3월 진행한 네이버 쇼핑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 수 77만2000명을 기록, 30분 만에 1000대를 완판했다. 4월 같은 제품으로 진행한 GS샵의 ‘소유진쇼’에서도 1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 6500대를 모두 팔았다. 미닉스 관계자는 “음처기의 경우 지난 7월 역대 최고 월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생활의 편리함을 제고하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2030 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부상한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이런 소비 행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