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신용 기업 역차별' IP 담보대출 손본다

2025-10-13

정부가 지식재산(IP) 담보대출 사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조건 없이 최대 손실보전율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실보전율이 높으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늘어나는 만큼 사실상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더 많은 대출금을 주도록 제도를 설계했던 셈이다. 주무 부처인 지식재산처는 해당 사업의 맹점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13일 지식재산처가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식재산처는 IP 담보대출 시행 전 신용등급 B등급 이하 기업과 업력 3년 이하 기업에 무조건 최대 손실보전율(50%)을 부여하는 우대 혜택을 운영하고 있다. IP 담보대출이란 은행이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의 IP를 담보로 잡고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정책대출이다. 차주 기업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지식재산처는 담보 IP를 은행으로부터 매입하고 미리 책정한 손실보전율(30~50%) 만큼의 공적자금을 은행의 손실 보전에 투입한다.

최대 손실보전율을 받는 문턱이 낮은 탓에 부실 대출 3개 중 1개 꼴로 최대 혜택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채무불이행이 발생해 정부가 담보를 매입한 IP 담보대출은 307건이다. 이 중 106건이 손실보전율 책정을 위한 1단계 평가에서 30~45%의 손실보전율을 받고도 2단계에서 50%로 상향됐다. IP 담보대출의 손실보전율은 두 단계에 걸쳐 평가된다. 1단계에선 담보 IP의 사업성을 평가하고 2단계에선 신용등급 혹은 업력 조건을 본다. 신용등급 B등급 이하 등 2단계 우대 혜택 조건만 맞추면 1단계 점수와 상관없이 손실보전율 50%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우대 혜택 조건으로 최대 손실보전율이 남용되자 본래 정책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IP 담보대출은 정부가 은행에 손실보전을 약속하면, 은행이 우수한 IP를 가진 기업에 돈을 빌려주게끔 설계된 금융 정책이다. 손실보전율이 높을수록 공적자금 투입 비중도 커지므로 은행은 기업에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여유가 생긴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손실보전율 책정 첫 단계에선 IP의 시장성을 측정하고 이에 비례해 손실보전율을 부여한다.

그런데 막상 2단계에서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탓에 담보 IP의 가치와 상관없이 손실보전율이 결정된다. 게다가 신용등급 BBB등급 이상인 기업은 앞서 1단계에서 고점을 받았더라도 손실보전율 30%로 무조건 하향된다. 우수한 기술력에 양호한 신용등급을 갖춘 기업이 역차별 금융 혜택을 받는 역설에 빠지는 실정이다. 서 의원은 “잘못된 제도 설계로 저신용 기업에 손실보전율이 과도하게 적용돼 공적자금 부담이 커졌다”며 “‘묻지마 우대’를 구조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식재산처 역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손실보전율 평가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다. 지식재산처는 이달 중 고시 변경을 통해 손실보전율 평가 2단계 지침을 바꾼다. 앞으로는 2단계 평가에서 신용등급 및 업력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조건마다 최대 5%포인트의 손실보전율 상향만 이뤄진다. 두 조건이 모두 맞을 경우 최대 10%포인트 상향이 이뤄진다. 기존에는 신용등급과 업력 중 한 단계 조건만 충족하면 1단계 평가로 30%의 손실보전율을 부여받아도 2단계에서 50% 손실보전율로 변경됐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