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금 감면 없이 5년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들의 신용점수가 법원 개인회생 완제자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실상환자 중심의 신용회복 시스템’으로 불리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실제로는 상환 실적보다 연체정보 해제 시점에 신용점수 상승이 집중되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개인 채무조정자의 신용회복 양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5년 이상 빚을 모두 갚은 이용자의 평균 신용평점은 700점대 초중반으로 집계됐다. 이는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 절차를 마친 완제자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신복위 이용자의 신용점수 상승분 중 74%가 연체·공공정보 삭제 시점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상환 기간 내내 꾸준히 점수가 오르기보다는, 정보가 해제되는 특정 시점마다 급등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워크아웃 진입 후 2년과 5년 시점에 신용점수가 급등하지만 이는 상환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연체정보 해제의 영향”이라며 “더 오래, 더 많이 갚은 사람이 오히려 불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신복위 제도는 절차가 간편하고 법원 개인회생보다 사회적 낙인이 적다는 이유로 널리 이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분석으로 신용회복 효과가 개인회생과 사실상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도의 실질적 유인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신복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개인워크아웃은 모든 채무를 일정 비율로 상환하는 균등 상환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고위험 대출부터 우선 상환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같은 상환액 대비 신용점수 상승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정 기간 성실상환을 충족한 채무자에게 신용점수 가점이나 금융권 재대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오 연구위원은 “신용회복 효과가 실질 상환보다 정보 변경에 좌우되는 현 구조로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상환 성실도가 직접 반영되는 세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신복위 제도의 신용회복 효과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경우, 채무자들이 원금 감면 폭이 큰 법원 개인회생 절차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회생은 채무 경감 폭이 크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길어 행정 부담이 커지며, 금융권 역시 회수율 악화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경기신문 = 공혜린 수습기자 ]